[천지인뉴스] 이혜훈 기재부 장관 후보자 ‘위장 미혼’ 청약 의혹…청문회서 “이혼 위기라 혼인신고 못 해” 해명
정범규 기자

결혼한 장남을 미혼으로 처리해 청약 가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보자는 이혼 위기 상황이었다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공정과 형평을 책임질 경제 사령탑 자격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장남의 혼인 관계를 둘러싼 ‘위장 미혼’ 청약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해명 과정 전반에서 국민적 상식과 제도 취지를 훼손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2023년 12월 장남이 혼례를 올렸고 신혼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며 “각자가 50%씩 부담해 용산에 전세 신혼집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혼례 이후 부부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곧바로 두 사람의 관계가 깨졌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당시에는 그 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배경을 ‘이혼 위기’로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 후보자는 2024년 7월 서울 반포동 고가 아파트인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과정에서 장남을 미혼 부양가족으로 포함시켜 가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혼례를 치렀음에도 행정상 미혼 상태를 유지해 부양가족 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도 편법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남 부부의 현재 관계를 묻는 질의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정말 모든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했다”며 “그 당시에는 관계가 깨졌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관계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상황 판단의 문제였다는 점만을 강조했다.
또 장남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취업해 세종시에 근무하면서도 실제 거주지는 서울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는 “아예 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서울을 많이 오갔다”고 해명했다. 그 이유로는 “세탁과 빨래를 혼자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고 설명해 청문회장 안팎에서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공직 후보자의 자녀 주거 실태와 청약 요건 충족 여부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생활 편의 문제를 이유로 든 해명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청약 제도가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후보자 가족의 행태가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정 청약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아파트를 반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수사기관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답했다. 도덕적 책임에 대한 자발적 판단보다는 사법적 판단에 책임을 넘기는 태도라는 비판 역시 뒤따르고 있다.
이번 의혹은 단순한 가족사 해명을 넘어 국가 예산과 조세, 재정 원칙을 총괄해야 할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공정성·도덕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약 제도를 둘러싼 국민적 박탈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제도 운영 책임자가 제도의 경계를 활용했다는 인식 자체가 국정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야권은 “이혼 위기라는 주관적 판단을 근거로 행정상 미혼 상태를 유지한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며 “공직 후보자의 해명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권 내부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신중론이 잇따르고 있다.
이혜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향후 위장전입·부정청약·실거주 요건 위반 여부 등으로 쟁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과 원칙을 말해온 경제 정책의 책임자가 스스로 그 기준을 흔들었다는 비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청문회 이후 정치권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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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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