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열흘 만에 멈춘 ‘한강버스’… 예산 낭비·졸속 추진 논란 확산
정범규 기자

서울시, 한강버스 중단 사과 “추석 연휴 앞두고 송구”
운항 열흘 만에 방향타·전기 결함 잇따라… 시민 불안 증폭
출퇴근용 불가·운행시간 확대·예산 집행 불투명… ‘쇼통 행정’ 비판 고조
서울시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멈춰 섰다. 친환경 선박이라는 상징성과 도심 수상교통 활성화를 내세웠던 사업이 기계적 결함과 운영 미비로 잇단 사고를 일으키며 시민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홍보용 사업에 급급한 졸속 행정이 결국 시민 불편으로 이어졌다”며 오세훈 시장의 행정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오 시장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한강버스를 이용하려던 시민들이 많았을 텐데 운행이 중단돼 안타깝다”며 “열흘간 운행 중 전기적·기계적 결함이 반복돼 시민 불안이 커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의 시민 탑승을 전면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운항’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 사회에서는 “시범운항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임시 처방”이라며 “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점검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6개월 테스트’ 주장에도 불구, 반복된 결함
한강버스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한강에 도입한 친환경 선박으로, 지난 18일 마곡~잠실 구간 운항을 시작했다. 그러나 22일 잠실행 노선에서 방향타 고장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날 마곡행 노선은 전기 계통 문제로 결항했다. 26일에도 유사한 고장이 발생하면서 결국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박진영 본부장은 “6개월간 사전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성급한 결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시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 실험적 운행이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박 본부장은 “예측 불가한 문제가 발생해 한 달간 시범운항하며 모든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잦은 결함으로 시민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출퇴근용 불가능·예산 집행 논란
당초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출퇴근형 수상교통으로 홍보했으나, 실제 운행시간이 계획보다 늘어나며 통근수단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구간은 소요시간이 지상 교통 대비 2배 이상 걸렸으며, 배차 간격도 일정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했다. 전문가들은 “수상교통의 상징성만 앞세운 홍보성 사업”이라며 “시민 교통 편익과 효율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도 논란이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도입·운영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업성 평가와 재정 효과 분석은 미비했다. 특히 반복된 고장으로 추가 정비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 소재와 비용 처리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본부장은 “선박 하자 보증기간은 2년이며, 하자 보수 책임은 건조사에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계약 조건과 비용 정산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민 신뢰 무너진 쇼통 행정”
한강버스는 열흘간 높은 승선율을 기록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불과 10일 만에 운항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홍보에만 급급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시는 사전 검증 없이 시범적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문제 발생 시 ‘테스트 중’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오세훈 시장의 대표 친환경 정책 중 하나가 상징성을 잃고, 행정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강버스가 단순한 관광용 시범 사업을 넘어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추진보다 근본적 검증과 시민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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