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사설]
보수와 진보, 국민의 눈높이는 왜 다르게 잰단 말인가 — 언론의 이중잣대가 만든 ‘도덕성 프레임’
정범규 기자

부동산 문제는 언제나 민심의 온도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 탓이고, 떨어지면 정책 탓이다. 하지만 정작 그 여론의 온도를 조절하는 진짜 온도계는 언론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언론은 부동산 논란 앞에서조차 진영의 색깔에 따라 온도계를 다르게 들이대고 있다.
최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사퇴했다. 그의 실언과 배우자의 갭투자 사실이 논란이 되자, 언론은 일제히 ‘민심 악화’, ‘국민 눈높이’, ‘내로남불’이라는 키워드로 그를 겨냥했다. 국민이 느낀 불쾌감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기준이 모든 권력층과 모든 정권에 동일하게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보수 정부 시절, 장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언론은 “경제활동의 자유”, “합법적 거래”라는 단어로 포장했다. 정권의 핵심 인사가 부동산으로 이익을 얻어도 “시장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투자”로 해석되곤 했다. 반면,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똑같은 행위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특권층의 탐욕”으로 규정된다. 그 기준의 불균형이 바로 오늘날 언론 불신의 근원이다.
이중잣대는 단순한 편향을 넘어 민심 왜곡의 구조로 이어진다. 보수 성향의 언론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정권 무능으로 몰아가면서도, 과거 자신들이 비호했던 인물들의 부동산 논란에는 침묵한다. 진보 성향의 언론 또한 반대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실책에는 침묵하거나 희석시킨다. 국민은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어느 쪽을 보아도 진실이 아닌 해석이, 공정보도가 아닌 프레임이 눈에 들어온다.
이상경 차관의 사례는 그 전형이다. 발언 자체의 부적절함은 명백하다. 그러나 ‘갭투자’라는 단어 하나로 정치적 낙인을 찍고, 국민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은 이미 수차례 반복되어 온 언론의 도덕성 장사다. 언론은 매번 “국민의 눈높이”를 말하지만, 그 국민이 누구인지, 어떤 시각으로 국민의 감정을 대변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국민의 분노를 빌려 정권을 공격하거나, 반대로 방패막이로 삼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위선이다.
진정한 국민의 눈높이는 진영이 아니라 일관성에 있다. 부동산 투기가 비판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어느 정권의 인사이든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보수 정부 인사면 경제 논리, 진보 정부 인사면 도덕 논리”라는 불공정한 언론 태도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도덕성의 기준을 정치적 선호에 맞춰 흔드는 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잘못했느냐’보다 ‘누가 공정하게 다루고 있느냐’다. 언론은 스스로의 거울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는 정치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책임져야 할 공적 기준이다. 그 눈금이 기울어져 있다면, 국민이 분노해야 할 대상은 정치인이 아니라 언론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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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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