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사설) GPU 26만 장이 바꿀 한국의 10년…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주권’이다
정범규 기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한국에 26만 장의 GPU 공급을 약속했다. 이 결정은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다. 세계 AI 패권 경쟁 한가운데서 한국이 ‘소비국’에서 ‘주권형 AI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신호탄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하며 군사 주권을 회복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AI 인프라 확보를 통해 기술 주권을 되찾고 있다.
이제 AI는 총보다 강력한 억지력이고, 칩은 전선보다 중요한 자원이다.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자동차라는 산업 기반 위에 AI를 얹어 ‘스스로 사고하고 작동하는 국가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가 참여하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한국형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 전략의 출발점이다.
한국은 그동안 AI 기술을 수입하고, 외국의 플랫폼 위에서 데이터를 가공하며 경쟁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이번 GPU 대규모 도입으로 상황은 역전됐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산업 전반에 투입할 자체 연산력을 확보함으로써 이제 한국은 AI를 ‘사는 나라’가 아니라 ‘만드는 나라’로 자리 잡게 된다. 정부가 공공 GPU 인프라를 운영하며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에 개방하는 것은 기술 불평등을 줄이고,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민주적 혁신 모델이 될 것이다.
경제적 파급력은 이미 가시적이다. 제조, 자동차, 에너지, 금융 등 각 분야가 AI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확대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산업은 물론,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까지 AI 기반으로 재편된다. 이 전환이 성공한다면 한국은 단순한 생산국을 넘어 ‘AI 표준을 만드는 나라’로 도약하게 된다.
정치적 함의도 크다. AI 주권은 곧 외교력이다. 미국이 첨단 GPU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한국에 대규모 물량을 배정한 것은 동맹 내 기술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축이 경제와 기술 협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뜻하며, 한국이 ‘AI 자유 진영’의 핵심 플레이어로 격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결정은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은 AI를 ‘소비재’로 둘 것인가, 아니면 ‘국가 전략 자산’으로 만들 것인가. 젠슨 황이 남긴 GPU 26만 장은 단순한 칩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 설계도이며, 기술 패권 시대의 새로운 주권 선언문이다.
AI 주권을 확보한 나라는 산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고용과 수출을 재정의하며, 결국 세계 질서의 규칙을 만든다. 한국은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다. 안보를 넘어서 기술에서도 ‘주권국가’로 서겠다는 이 전환이야말로, 진보적 산업정책이 실질로 이어지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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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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