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국내 최노후 고리2호기, 원안위가 ‘2033년까지 재가동’ 허가… 안전 논란 속 졸속 결정 비판도
정범규 기자
40년 수명 넘긴 고리2호기, 3차례 심의 끝에 계속 운전 최종 의결
노후 원전의 구조적 위험·사고관리계획서 부실 지적 지속됐으나 원안위는 가동 연장 선택
안전성 검증 절차 논란… “시민 안전보다 원전 가동 우선한 결정” 비판 커져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 2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승인으로 2033년까지 계속 운전이 가능해졌다. 1983년 가동을 시작해 이미 40년의 설계수명을 초과한 원전의 재가동을 정부가 최종 허용하면서 안전성 우려와 시민사회 비판이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원안위는 13일 제224회 회의를 열고 고리2호기 계속 운전 허가안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고리2호기는 정지 상태에서 재가동 준비를 거쳐 2033년 4월 8일까지 운영이 가능해진다. 다만 재가동에는 몇 달의 준비와 추가 점검이 필요해 실제 운전 재개까지는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심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원안위는 지난 9월 25일과 10월 23일 두 차례 안건을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첫 번째 회의에서는 사고관리계획서가 기존 한국형 표준원전인 APR1400과 달리 노형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두 번째 회의에서는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는 승인됐지만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위원 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위원은 변화된 환경 데이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원안위는 참고 자료를 추가로 받아 재심의를 진행했다.
고리2호기는 2023년 4월 8일로 운영 허가 기간(40년)이 만료돼 원자로가 정지된 상태였다. 영구 폐쇄가 결정되지 않은 원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시설로, 안전 설비 노후화와 구조적 피로도 증가 등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노후 원전의 반복적인 운전 연장은 국제적 기준에서도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가동 연장을 선택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 그룹은 이번 결정을 두고 “안전보다 가동 연장을 앞세운 결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고리2호기 주변 주민단체들은 노후 원전의 설비 손상 가능성, 방사선 유출 위험, 고리1호기 가동 종료 경험 등을 거론하며 충분한 검증과 시민 의견 수렴 없이 가동 연장을 결정한 것은 졸속 처리라고 비판했다. 또한 윤석열 전 정부의 탈원전 폐지 정책 이후 원전 가동 확대 기조가 지속되며 안전 규제 기능이 형해화됐다는 지적도 다시 제기됐다.
반면 원안위는 법적 안전 기준을 충족했으며 기술 검토도 완료됐다며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후 원전의 사고 대응 능력, 기기 성능 저하, 반복 스트레스에 따른 구조적 균열 가능성 등 핵심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다.
고리2호기 계속 운전 허가는 향후 국내 원전 정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리3·4호기, 한빛1·2호기 등 노후 원전의 추가 연장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안전 규제 강화와 시민 참여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