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외압에 맞섰던 박정훈 대령 준장 진급…채상병 사건 이후 군 인사의 방향이 바뀌었다
정범규 기자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에 굴하지 않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권력의 압박보다 진실을 택한 군인의 선택이 인사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진급은 상징성이 크다.
오늘 단행된 군 인사는 충성보다 원칙, 출신보다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며 수사 외압에 맞섰던 박정훈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정부는 9일 소장 이하 장성급 장교 인사를 발표하며 박정훈 대령을 해병대 준장으로 진급시켰고, 국방조사본부장 대리로 보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상병 사건 당시 진실 규명을 위해 상부의 압력에 저항했던 인물이 장성으로 발탁됐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군 안팎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정훈 준장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채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결과를 둘러싼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건 축소와 책임 회피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원칙에 따른 수사를 고수했고, 그 과정에서 인사 불이익과 직무 배제 등 압박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박 준장은 군 수사의 독립성과 법적 책임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이는 군의 정치적 중립과 책임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이번 인사에서 국방부는 육군 소장 27명, 해군 소장 7명, 해병대 소장 1명, 공군 소장 6명 등 총 41명을 소장으로 진급시켰다. 또한 육군 대령 53명, 해군 대령 10명, 해병대 대령 3명, 공군 대령 11명 등 총 77명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단순한 숫자보다 주목되는 대목은 인사의 방향이다. 국방부는 출신, 병과, 특기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는 비육사 출신의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 육군 소장 진급자 중 비육사 출신 비율은 이전 심사 때 20% 수준에서 41%로 늘었고, 육군 준장 진급자 역시 비육사 출신 비율이 43%까지 확대됐다. 공군 준장 진급자 가운데 비조종 병과 비율도 대폭 늘어, 특정 출신과 병과 중심의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변화가 감지된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가 최근 10년 내 비육사 출신 진급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파격 인사도 눈에 띈다. 육군 공병 병과 출신인 예민철 소장은 오랜 기간 보병과 포병, 기갑 출신이 독점해 왔던 사단장에 보직될 예정이다. 공군에서는 전투기 후방석 조종사 출신인 김헌중 소장이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소장에 진급했고, 해병대에서는 기갑 병과 출신인 박성순 소장이 최초로 사단장에 보직됐다. 병이나 부사관 출신에서 장교로 임관한 간부사관 출신 이충희 대령이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준장에 진급한 점도 상징적이다.
여군 진급 역시 확대됐다. 이번 인사에는 소장 1명, 준장 4명 등 총 5명의 여군 장성이 포함돼, 여성 장성 진출의 폭이 가장 넓은 인사로 기록됐다. 이는 군 조직이 점진적으로 다양성과 전문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박정훈 준장의 진급이 갖는 의미다. 군 내부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실을 선택한 인물이 조직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은, 군이 과거의 충성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 헌법과 법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 상징에 그칠지, 군 인사 전반의 구조적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오늘 단행된 군 인사는 대한민국 군이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인재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 외압에 맞서 진실을 선택한 군인이 장성으로 진급한 이번 사례가 군 조직 전반에 원칙과 책임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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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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