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한동훈 ‘사과 아닌 송구’…책임은 비껴가고 당내 갈등만 키웠다
정범규 기자

당원 게시판 의혹 징계 국면 속 ‘송구’ 표현만 남긴 한동훈 전 대표의 입장 표명
제명 결정 이후 친한계·친윤계 격돌하며 국민의힘 내부 분열 격화
책임 인정 없는 메시지에 ‘애매한 사과’ 논란 확산, 정치적 후폭풍 지속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이른바 ‘당원 게시판’ 관련 의혹과 당 윤리위 징계 결정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명확한 사과 대신 ‘송구’라는 표현에 그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최고 수위인 제명을 결정한 직후 나온 메시지였지만, 책임 인정이나 구체적 해명 없이 정치 보복 프레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당내 갈등은 오히려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18일 오전 한 전 대표는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착용한 채 약 2분간의 영상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했다. 그는 영상 서두에서 “저에 대한 징계는 명백한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윤리위 결정을 정면 부정했다. 다만 이어 “그렇지만 그것과 별개로,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과 국민과 당원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을 이끌었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낮추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사과라는 단어를 철저히 배제한 채 결과에 대한 유감 표명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신의 행위나 의혹의 실체에 대한 인정 없이, 사태가 커진 데 대한 ‘유감’만 밝힌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책임 회피성 메시지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한 전 대표는 이어 “계엄을 극복하고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제어해야 할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치 보복의 장면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당에 대한 마음을 거두는 분들이 늘어날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윤리위 징계 국면조차 민주당 책임으로 돌리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끝으로 그는 “당권으로 정치 보복해 제 당적을 박탈할 수는 있어도, 제가 사랑하는 우리 당의 정신과 미래는 박탈할 수 없다”며 향후 정치 행보를 예고하듯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메시지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진심을 담은 사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상상하기 힘든 불법적 절차 속에서도 이런 용기를 낸 데 감사한다”고 평가했다. 징계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전 대표의 발언을 ‘사과에 준하는 정치적 결단’으로 해석한 것이다.
반면 친윤계의 반발은 거셌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역대 최악의 사과를 빙자한 서초동 금쪽이 투정문”이라며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디까지 책임을 인정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여론이 불리하니 사과하는 척은 해야겠고, 잘못을 인정하기는 싫은 전형적인 정치적 계산”이라고 날을 세웠다.
장 부원장은 특히 “당 공식기구의 결론을 끝까지 조작과 보복으로 몰아가며 조직 자체를 모욕했다”며 “소명은 하지 못한 채 피해자 프레임만 반복하는 모습에 일말의 동정도 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의 반응 역시 냉담했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다음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악어의 눈물’이 떠올랐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악어의 눈물이 거짓과 위선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며, 한 전 대표의 메시지가 진정성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가깝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정치는 가슴으로 해야 한다”며 “교언영색으로 더 이상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개인 징계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 권력투쟁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징계 사유의 타당성과 별개로, 지도부와 전직 대표 간 정면충돌이 공개적으로 이어지면서 보수 정당의 신뢰도는 추가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내부 분열이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사과와 항변 사이 어딘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유감은 표하는, 이른바 ‘애매한 사과’의 전형이라는 비판이다. 국민의힘이 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의 혼란은 지도부 문제를 넘어 보수 정치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