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지민비조’로 단결했던 진보, 왜 지금은 ‘뉴 이재명’ 프레임에 흔들리나
정범규 기자


조국혁신당 창당 배경과 2024 총선 당시 위성정당 논란 재조명
‘지민비조’ 구호 속 진보 진영 전략적 연대와 압도적 결집
최근 ‘뉴 이재명’ 프레임과 일부 친명 비토 움직임, 분열 조장 우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등장한 조국혁신당은 단순한 신생 정당이 아니었다. 당시 정치 지형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권력의 전면화, 야당 탄압 논란, 언론 지형의 급격한 우경화 속에서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창당된 조국혁신당은 기존 진보 정당 구조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정치적 에너지를 흡수하며 급속히 세를 확장했다. 창당 과정에서는 위성정당 논란도 제기됐지만, 그 배경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왜곡된 선거 제도와 거대 양당 구조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총선 국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구호가 이른바 ‘지민비조’였다.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하자는 전략적 투표 구호였다. 이는 단순한 정당 지지 차원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진보 유권자들의 집단적 선택이었다. 실제로 선거 막판 ‘지민비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들불처럼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의 의석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분위기는 경쟁이 아니라 역할 분담에 가까웠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기반을 다지고, 조국혁신당은 비례에서 개혁 성향 표심을 결집하는 구조였다.
그 중심에는 조국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정치적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권 남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리더십이 총선 승리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두 흐름은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략적 공존을 통해 보수 진영의 과도한 권력 집중을 견제하는 데 힘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과 이른바 ‘친명’으로 분류되는 일부 세력에서 조국혁신당을 향한 공개적 비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정책적 이견을 넘어 정체성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도 보인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뉴 이재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기존 지지층과 다른 노선을 상정하는 듯한 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프레이밍이 실제 정치 현실보다 과장되거나 의도적으로 대비 구도를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 이재명’이라는 표현은 표면적으로는 변화와 확장을 의미하는 듯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와 현재, 혹은 지지층 내부를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정책 진화 과정일 수도 있으나, 일부 보도에서는 마치 기존 개혁 노선과 결별하거나 특정 세력을 정리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는 결국 진보 진영 내부의 미묘한 균열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능을 한다.
총선 당시 ‘지민비조’는 전략적 연대의 산물이었다. 완전한 일치가 아니라, 공통의 목표를 위한 현실적 선택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개혁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고, 수도권 집중 완화, 검찰 개혁, 언론 개혁, 경제 구조 개편 등 중장기 의제는 어느 하나 가볍지 않다. 내부의 차이를 과도하게 부각하기보다, 큰 방향에서의 공통 분모를 재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치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쟁이 가치와 비전을 둘러싼 생산적 토론이 아니라, 프레임과 낙인, 갈라치기로 흐를 때 가장 이익을 보는 쪽은 언제나 반대 진영이다. 2024년 총선에서 확인된 진보 진영의 결집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기의식과 전략적 판단이 결합한 결과였다. 지금 필요한 것도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 인식과 장기적 연대의 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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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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