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안’ 법사위 소위 통과
정범규 기자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여당 주도로 통과
민주당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주주가치 제고” vs 국민의힘 “기업 방어권 약화”
기업지배구조 개혁 3단계 완성 수순, 2월 본회의 처리 목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표결 처리된 이번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이를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자사주는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여 보유하는 주식으로,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향후 합병·분할, 스톡옵션 부여 등에 활용돼 왔다. 그러나 장기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할 경우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시장에 재유통되거나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고, 이는 주주가치 제고로 직결된다는 논리다. 특히 한국 증시가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에 놓여 있는 배경에는 대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앞서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개정안까지 처리한 바 있다. 이번 3차 개정안은 이 같은 지배구조 개혁 입법의 연장선에 있다. 경영진의 재량 영역으로 남아 있던 자사주 활용을 제한함으로써 주주 이익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국민의힘과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사주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들어, 일률적 소각 의무화는 기업을 헤지펀드 등 ‘기업 사냥꾼’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 인수·합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법안심사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제도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기업 규제 강화 여부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과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둘러싼 방향성의 충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순환출자, 편법 승계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어 온 만큼, 주주권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한 뒤 2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 의결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1·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3차 개정안까지 통과될 경우,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를 둘러싼 법적 틀이 큰 폭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라는 목표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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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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