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트럼프, 대법원 제동에도 ‘전 세계 10% 관세’ 강행…폭주 통상정책에 국제경제 요동
정범규 기자


미 연방대법원, IEEPA 관세 위법 판결…트럼프 즉각 10% 추가 관세 선언
무역법 122조·301조 등 총동원 예고…한국 포함 통상 불확실성 급증
사법 판단 무력화 시도 논란…‘관세 정치’로 글로벌 질서 흔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법부가 위법 판단을 내린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새로운 관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국제 통상 질서를 다시 한 번 격랑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했던 ‘상호관세’ 등이 이날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되자,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조치가 3일 후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각종 관세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 시 특정 경제 제재를 허용하지만, 대통령에게 포괄적인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핵심 판단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 적용됐던 ‘상호관세’와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이른바 ‘펜타닐 관세’는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매우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IEEPA보다 “강력한 수단과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201조·3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언급하며 관세 부과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기보다 다른 법적 경로를 찾아 동일한 정책 효과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라는 점에서, 권력 분립 원칙을 우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제시한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악화 등 특정 요건을 근거로 일시적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다만 15%를 초과할 수 없고, 의회가 연장하지 않으면 150일까지만 유지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약 5개월 동안 공정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장기적 관세 체계로의 전환 의지를 내비쳤다. 사실상 한시 조치를 발판 삼아 추가 제재를 구조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 개시도 예고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는 “법적 근거가 매우 탄탄하다”고 강조했지만,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일부 미국 투자회사들이 국내 개인정보 규제와 관련해 301조 조사를 청원한 바 있어, 통상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미국 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IEEPA 관세를 지렛대로 체결한 기존 무역 합의의 효력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는 유효하다. 일부는 다른 관세로 대체하겠다”고 언급해 불확실성을 키웠다. 이미 징수한 관세의 환급 여부 역시 향후 수년간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 통상 질서는 규범과 다자 협의를 기반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동맹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방주의에 가깝다. 대법원의 위법 판단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대체 관세’를 선언한 이번 조치는, 미국 스스로 법치와 예측 가능성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선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 입장에서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는 상황이다. 관세 부과가 단기적 정치 효과를 노린 ‘관세 정치’로 변질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시장에도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제 협력보다는 압박과 보복의 악순환을 부르는 통상 전략이 과연 미국 경제에 실질적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사법부의 제동에도 멈추지 않는 관세 드라이브. 세계 경제를 향해 돌진하는 ‘폭주 기관차식’ 통상정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국제사회는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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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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