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3-08-31
거센 반발에도 독립투사 홍범도 장군 흉상 육사 철거 강행 결정
31일 육사는 ‘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공지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육사는 충무관 입구에 있는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 흉상 및 충무관 내부에 있는 박승환 참령의 흉상 등 독립투사의 흉상을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겠다고 전했다.
육사는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 하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육사는 이번 철거 및 이전 결정에 대해 “각계 각층의 의견”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에 대해 현 여당과 유사한 이념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보수 진영에서도 적잖은 반대 의견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특정 정치 세력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억지하고 전시에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의 동상)이 있어야 되겠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홍범도 장군을 포함, 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독립운동가들 흉상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국방부는 28일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국방부 입장’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통해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고 소련 공산당에 가담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이력이 있다는 것이 문제 라며 흉상 철거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홍범도 장군 및 독립운동을 수십년 간 연구했던 연구자들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독립군들을 도와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장세윤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독립전쟁의 영웅’ 홍범도의 귀환, 그 시사점과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홍범도의 ‘자유시사변'(1921년 6월 28일) 가담설이나 ‘자유시 학살’ 개입설, ‘한국독립군 대학살’, ‘독립군 학살 공모’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허재욱(許在旭, 흔히 허영장[許營長]으로 불림) 휘하 부대 등 홍범도 관련 독립군부대가 이 사변의 피해자라 할만 했다”며 “(자유시) 사변 당시 홍범도는 장교들과 솔밭에 모여 땅을 치며 통곡하면서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밝혔다.
정범규 기자 뉴스제보 chonji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