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내 질문에 혐오 없다”… 민주당 “거짓과 망언으로 선거판 오염”
TV토론 중 이재명 후보 장남 관련 표현 논란… 이준석 “순화된 표현” 해명
민주당 “22년 이미 법적 책임 종료… 허위사실 유포, 고발 조치”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닷새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TV토론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장남을 향해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후보는 “제 질문에는 혐오가 없다”며 사과와 해명을 시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선거판을 오염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라며 자신은 단지 “단계적 검증”의 차원에서 인용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다. 또 그는 “불편함을 느낀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정말 지탄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돌아보라”고 반문하며 태도를 완전히 낮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의 해명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그가 언급한 표현은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조롱하는 방식으로, 공적 TV 토론이라는 공식 석상에서 사용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개혁신당 홈페이지에는 해당 발언 직후 수백 건의 탈당 요구가 쏟아졌으며,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 후보의 발언을 “성폭력적 발언”으로 규정하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오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조승래 수석대변인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네거티브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국민 앞에 이미 사과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장남은 법적 절차를 통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이미 종결된 사안을 다시 꺼내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한 “이준석 후보는 이번 대선을 거짓과 망언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며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선대위는 이 후보를 전날 고발한 데 이어, 함께 거론된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에 대해서도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이 후보가 문제 제기를 하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역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점을 두고 “책임 회피이자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본질은 한 대선 후보가 국민을 향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는 수준인가에 있다. 이준석 후보는 혐오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발언이 실시간 생중계를 통해 전국으로 전파되었고, 그 표현 자체가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실 인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번 논란은 정책 경쟁보다 상대 비방과 도덕성 공격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여성과 청년을 향한 조롱이며,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묻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선거일이 임박한 가운데 고소·고발과 상호 비방이 이어지는 혼탁한 양상은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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