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혐오 아냐” 변명에 비판 거세… 피해자 2차 가해는 외면한 채 역공



정범규 기자
이준석, 논란된 표현 두둔하며 “표현 순화했을 뿐… 가치 중립적” 주장 반복
성폭력적 표현 인용 후 오히려 ‘검증’ 운운… 민주당 비판하며 책임 회피
카리나 언급·사과 없는 피해자 2차 가해 논란… “연좌제 아니다”며 이재명 책임만 부각
대선 TV토론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파문을 일으킨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 질문은 혐오가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정작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오히려 그는 민주당과 언론을 향해 “물타기” “선거공작”이라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태도를 반복했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끝내 없었다.
이준석 후보는 문제가 된 표현에 대해 “비속어나 직접적인 성적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문은 더 선정적이었기 때문에 순화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지만, 표현 수위를 가리는 기술적 설명만 늘어놓았을 뿐 발언의 정치적 무책임성과 공공성 침해에 대한 자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심지어 “성기를 성기라 안 하고 은밀한 부위라고 했어야 하냐”는 식의 역공을 펼치며, 자신의 발언이 ‘국민 검증’을 위한 정당한 절차였다는 주장을 거듭 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인용한 표현은 단순한 ‘순화’ 여부를 넘어서, 명백히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을 생방송 토론 중 거론한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당 발언에 실명이 거론된 여성 연예인까지 엮이며 피해가 확산되자,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사진 포함)를 공유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사진은 언론사 프리뷰 기능 때문”이라며 유감을 표하기보다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준석 후보는 과거에 대한 연좌제를 가장 경계한다더니, 정작 본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상대 후보의 자녀를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그는 “이재명 후보가 아들의 행동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무책임”이라며 이재명 책임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레임은 가족 구성원의 사생활 문제를 선거 이슈로 끌어들이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정치적 갈라치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정치인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를 묻는 것이지, 성기라는 표현이 혐오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라며, 논란의 본질을 흐리려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의당과 시민사회는 “사건의 핵심은 단어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여성을 조롱하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 방식”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민주당과 시민단체, 언론을 상대로 “내 발언이 왜곡되고 있다”, “선거공작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부 매체와 인사들에 대해 민형사상 대응까지 예고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후보가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에 열을 올리는 이 상황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의 마지막 질문에 단일화 가능성을 묻자 단호히 “단일화 안 한다”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성적 표현과 관련한 책임을 끝까지 회피하고 있는 그의 태도는,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은 물론 공적 언어에 대한 최소한의 감수성조차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피해 당사자에 대한 직접 사과 없이, 성폭력적 발언을 다시 반복하며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그의 태도는 대선 후보로서 공적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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