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못생기고 과격해”…설난영 발언에 노동계 분노

김문수 후보 배우자, 외모와 노조 활동 연결한 편견 발언 논란
노동계 “구시대적 여성관·노조 혐오…사회적 퇴행 우려”
뒤늦은 사과에도 논란 확산…“희화화 발언, 책임 회피 안돼”
정범규 기자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 씨가 ‘노조는 과격하고 못생겼다’는 발언을 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경북 포항북당협 사무실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한 발언 중 나온 것으로,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설 씨는 당시 “저는 노조의 ‘노’ 자도 모른다. 제가 노조 하게 생겼냐. 사람들은 노조는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저는 반대다.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고 말해, 외모와 노조 활동을 대조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해당 발언은 극우 감시단체 ‘카운터스’를 통해 공개되며 온라인상에서 급속히 퍼졌다.
문제는 설 씨 본인이 1970년대 세진전자에서 여성 노동자 1500명을 대표하는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후 해명에서 “그 시절의 노조는 지금과 달리 단순히 권익을 위한 것이었고, 지금의 민주노총과 같은 정치색은 없었다”고 말하며 현재의 노동운동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현행 노동 운동에 대한 비하적 시각과 성차별적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점에서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5월 23일 발표한 논평에서 “노조를 ‘과격하고 못생긴 존재’로 낙인찍고, 여성의 외모와 연결짓는 발언은 구조적 성차별과 노동 혐오를 강화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 활동을 하는 여성이 ‘여성성’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권리를 요구하는 여성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설 씨는 이후 26일 부산 범어사 방문 중 해당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 과정에서 “제가 한 발언이 아니라 그런 말을 희화화해 전달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을 키웠다. 일부에서는 “사과라기보다는 해명에 가까운 면피성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 측이 이 사안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물론 청년·여성 단체들도 이번 발언을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국민의힘 내부에 깊이 박힌 노동에 대한 혐오’로 해석하며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선거 기간 중 이런 인식이 반복된다면, 국민의힘이 소외계층을 이해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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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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