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LA 불법이민 시위에 해병대 700명 투입…

트럼프, LA 불법이민 시위에 해병대 700명 투입…

정범규 기자

‘타이틀10’ 명령권 발동해 연방 병력 직접 투입
뉴섬 주지사 “민주주의 파괴 행위”…민주당·시민사회 반발
연방 자금 차단 검토까지…트럼프의 강경책에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단속을 둘러싼 주민 시위 격화에 대응해 해병대 700명을 추가 투입했다. 이는 연방 명령권인 ‘타이틀10’을 발동한 조치로, 대통령이 주 정부 동의 없이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다.

미 북부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던 해병대 보병대대를 활성화했다”며 “해병대 1사단 7연대 2대대 병력 700명이 ‘태스크포스51’에 통합되어 LA 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LA 시위대를 사실상 ‘폭도’로 규정하며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이로써 LA에 배치된 병력은 총 2800명에 달하게 됐으며, 이들은 긴장 완화, 군중 통제, 무력 사용 규칙 등 기본 훈련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직접적인 이민 단속에는 참여할 수 없고, 지원 임무에 한정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할 경우 그 범위는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워싱턴 DC 투자 좌담회에서 “해병대 추가 투입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곧바로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들이 침을 뱉으면 우리는 때릴 것”이라며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LA 폭동 사태를 “개빈 뉴스컴이 초래한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대해 뉴섬 주지사는 엑스(X, 옛 트위터)와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해병대는 독재 대통령의 망상이 아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워왔다”며 “자국민을 겨냥한 군 배치는 도발이며, 미국 정신에 반하는 폭거”라고 반발했다. 그는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분열을 조장하고 두려움과 분노를 정치적 도구로 삼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대거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에 대해 노골적 정치 보복을 암시한 셈이다.

LA 시위는 지난 6일부터 불법 이민자 대대적 단속이 시작된 뒤 격화되고 있으며, 수십 명이 체포되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 항의하고 있다. 시위대는 연방 병력 투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현지 시민사회와 민주당 인사들은 “이민자 단속이 아닌, 군에 의한 공포 정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군대가 대통령의 강경 정치쇼에 동원되는 이례적 상황은 미국 내 심각한 갈등의 조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군사력 동원과 도발적 언행은 단순한 시위 대응을 넘어, 정권 재창출을 위한 극우 정치 실험의 일환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