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란 주범을 풀어주는 사법부, 먼저 보석을 제안한 검찰…이게 정의인가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조건부 보석 결정과 그를 둘러싼 사법적 처리 과정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석을 제안한 쪽은 검찰이었고, 이를 허가한 것은 법원이었으며, 정작 보석을 거부하고 사법 시스템을 조롱한 것은 피의자 본인이었다. 이 기이한 현실 앞에서 국민은 묻고 있다. 과연 이 나라가 여전히 법치국가인가.
이 사태를 마주하며 우리는 자연스레 정의의 여신 ‘디케’를 떠올리게 된다.
디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법과 정의의 여신이다. 그녀는 법 앞에서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이상을 상징하며, 눈을 가린 채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눈가리개는 편견 없는 공정한 판결의지를, 저울은 이해 당사자 간의 균형과 판단을, 칼은 법의 엄정한 집행 권위를 의미한다. 디케는 로마 신화의 유스티티아(Justitia)로 계승되었으며, 오늘날 ‘Justice’라는 단어의 어원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는 과연 디케의 눈가리개를 제대로 쓰고 있는가? 저울은 공정하게 기울어졌는가? 칼은 여전히 권력자의 범죄 앞에서 단호한가?
김 전 장관의 구속 만료가 다가오자, 검찰은 먼저 직권보석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법원에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이 시점부터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란은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닌, 헌정질서를 전복하려는 중대한 범죄다. 그런 혐의를 받는 자에게 검찰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석방’이었다면, 검찰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는 더 이상 공익을 수호하는 법 집행자의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자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방패막이로 퇴행한 모습이다.
법원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김 전 장관에게 보석을 허가하면서, 보증금 납부, 주거 제한, 사건 관계자 접촉 금지 등 여러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내란 혐의를 받는 자에게 보석을 허가한다는 그 자체가, 재판부가 이 사건의 중대함을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 해도, 그 결정에는 상식과 정의, 헌정질서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지금의 사법부는 그 어떤 가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김 전 장관이 보석 결정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구속 만료 후 ‘조건 없는 석방’을 택하겠다는 속셈이다. 며칠만 더 버티면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기에, 조건부 보석조차 거절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법이 피의자에게 우스워졌음을 방증하는 장면이다. 국민의 오래된 분노, ‘법은 권력자에게만 관대하다’는 인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은 이 사태를 결코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내란 수괴에 이어 주범들까지 줄줄이 풀려나는 것이 과연 사법정의냐”고 따져 물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검찰은 역할을 방기했고, 법원은 피의자를 봐주며, 피의자는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단지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이 사법 권력이 보여준 불공정의 민낯에 느끼는 깊은 좌절을 대변하고 있다.
사법정의는 법조문을 암기하거나 절차만 지키는 것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정의는 무엇보다도 ‘정의로워 보이는 것’이어야 하며, 국민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검찰이 권력 범죄에 유독 관대하고, 법원이 그 중대성을 축소하며, 피의자마저 당당히 법을 조롱하는 상황에서는 정의는 설 자리가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적 시험대에 올라 있다. 내란의 진상을 밝히고, 그 주범들을 단죄하는 것은 단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다시는 유린당하지 않도록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 책임을 외면하는 검찰과 법원은 단지 무능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정의를 저버린 또 하나의 역사적 공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의는 결코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지금, 사법부와 검찰은 그 무거운 책임 앞에 서 있다.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눈을 가린 디케의 저울과 칼이, 다시금 공정과 정의를 향해 무게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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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작성: 천지인뉴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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