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규 기자

자신의 범죄 혐의 증거를 되레 “불법 취득” 주장
기밀 해제 절차 운운하며 수사 무력화 시도
시민사회 “내란 피의자가 법 위에 있나” 비판
내란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수사당국이 증거로 확보한 비화폰 통화 기록이 ‘기밀 누설’이라며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신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 확보에 대해 오히려 ‘수사 방해성 고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방탄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호처 간부 4명과 경찰 관계자 4명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비화폰 통화 내역이 임의 제출 방식으로 경찰에 전달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해당 자료는 공적 통신기록으로서,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 통신망을 통해 내린 ‘체포 저지’ 등의 지시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증거다. 이 자료가 특검 수사에 사용된 배경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교사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입증하기 위함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 자료가 2급 군사기밀로서 “기록물 생산 기관의 장이 기밀 해제를 하지 않은 이상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통화기록이 이미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은 점과, 현행법상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보안 절차 내에서 제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법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시민사회는 이를 두고 “내란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자신의 증거 자료를 ‘기밀’이라며 검경을 고발하는 기이한 장면”이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기밀을 운운하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또한,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 절차에도 하자가 있었다며 재차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앞서 법원이 “향후 출석 의사를 밝혔다”는 점만으로 체포영장을 기각한 사안이며, 피의자가 수사 협조를 하지 않으면 다시 청구될 수 있는 문제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내란특검 조사에 ‘비공개 출석’을 고집하며 시간 조정과 방식 협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은 앞서 정식 소환 통지서를 발부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신의 수사를 방해하려고 되려 수사기관을 고발하는 전직 대통령은 유례가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의 ‘법 위의 방탄 전략’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출신답게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려는 모습이 이제는 국민들에게도 역겹게 보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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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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