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피서냐, 투쟁이냐”… 나경원 ‘로텐더홀 숙식 농성’에 내부 비판까지 쏟아져
정범규 기자

스타벅스 커피·손선풍기·웃는 화보…“웰빙 농성” 비판 확산
김종혁·김성태까지 가세, 국민의힘 내부서도 공개 비판
일각선 “당대표 출마용 여론 빌드업”…보여주기식 정치 논란 재점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국회 로텐더홀에 텐트를 치고 숙식하며 벌이고 있는 철야 농성이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이번 농성은, 겉으로는 야당 견제를 위한 투쟁이라 주장하지만 정작 투쟁의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진정성과 절박함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김종혁 “피서 농성, 한심하다”… 나경원 “명백한 해당행위” 반발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나 의원의 농성에 대해 “어지간하면 고생한다고 해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영 찜찜하다. 싸움도 이렇게 밖에 못 하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나 의원의 농성을 ‘스타벅스 커피, 김밥, 손선풍기, 화장한 얼굴, 웃는 사진, 책 읽기’ 등으로 요약하며 “국민이 이걸 농성이라 생각하겠느냐”며 ‘웰빙 농성’이라 비꼬았다.
이어 “넓고 쾌적한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최고급 텐트 치고 버티는 모습은, 차라리 입장료를 받고 체험행사로 운영해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며 조롱 섞인 비유도 덧붙였다.
이에 나 의원은 곧장 SNS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그는 김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민주당의 악의적 프레임에 부화뇌동해 내부를 공격한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며, “냉방기조차 꺼진 로텐더홀에서 묵묵히 철야농성을 이어가는 나의 진정성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나는 윤석열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다선 의원으로서 누구보다 의회의 작동 원리를 잘 알고, 그래서 더욱 결연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혁 재반박…“해당행위? 그럼 당 윤리위에 제소하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다시 SNS에 글을 올려 “나 의원은 본인을 당 자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피서 같다는 비판이 해당행위면 비판은 불가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12월 3일 비상계엄령 사태 당시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나경원 의원은 어디 있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진짜 해당행위는 불법 계엄령을 예찬하고, 관저 앞에서 친윤 시위를 벌이며, 당원들을 왜곡된 방향으로 몰아간 것 아니냐”며 오히려 나 의원에게 ‘해당행위’ 책임을 돌렸다.
또 “주말에는 에어컨이 꺼진다고 농성 고생 운운하는 건 민망한 일”이라며 “농성은 삭발, 노숙, 단식처럼 절실함이 느껴져야 한다. 보여주기식 웰빙 시늉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소꿉놀이 걷어치워라”… 전직 원내대표도 가세
김성태 전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런 소꿉놀이,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하며 “무더위 속에서 구슬땀 흘리는 용접공, 택배기사, 농부, 건설노동자가 에어컨 틀고 일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농성은 진정성과 절박함이 기본인데, 나 의원은 오히려 희화화되고 있다”며 “웰빙 단식, 웰빙 농성은 야당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조롱·비판 속에서도 나경원 농성 계속…그 속내는?
이 같은 비판은 진보 진영뿐 아니라 보수 내부에서조차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나 의원의 농성을 두고 “스타벅스 농성”, “실내 피서용 퍼포먼스”라는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 의원이 향후 국민의힘 당권에 다시 도전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의 일환으로 이번 농성을 기획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민석 낙마’라는 명분보다 ‘당내 강경보수층 재결집’을 위한 전략적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오히려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김종혁, 김성태처럼 당내 중진들조차 공개적으로 나 의원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면서, 당 전체의 민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나경원 의원의 철야농성은 명분도 전략도 허술하다”며 “국민의힘이 진정 민주당을 견제하고자 한다면, 보여주기식 정치가 아닌 실질적 정책대안과 논리적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당 윤리위 제소 여부, 그리고 나 의원의 농성 지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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