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임은정 “검찰 고치고 싶었지만…이젠 장례 치르는 장의사 각오로 간다”

임은정 “검찰 고치는 의사 되고 싶었지만…이젠 장례 치르는 장의사 각오”
“2018년 미투 진상조사단 참고인에서 검사장까지…달라진 건 직함뿐”
동부지검 부임 후 첫 메시지…“결기의 DNA, 여기선 해볼 만하겠다”
정범규 기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지난 금요일 첫 출근을 마친 소회를 직접 SNS에 밝혔다. 그는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로 출범한 진상조사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이 건물을 처음 찾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검찰 현실에 깊은 회의를 드러냈다. “참고인에서 검사장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계절은 바뀌었지만 검찰의 참담한 현실은 여전하다”며 임 검사장은 정면으로 조직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특히 “그때라도 제대로 고쳤다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이처럼 거세게 밀려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혀, 검찰 내부의 무능과 외면이 오늘날의 제도적 저항을 자초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인천세관 마약 밀수 사건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은 공간만 빌려주는 역할일 뿐, 대검 합동수사팀이 전담하고 있어 제가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임 검사장은 이 사건을 공익제보 차원에서 알린 경찰 내부고발자 백해룡 경정에게 직접 사정을 설명하고, 흔들리지 말고 함께 가자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박정훈 대령과 함께 백 경정을 찾아가 격려 방문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내부 저항과 진실을 드러낸 이들에게 대한 신뢰와 연대를 강조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서울동부지검은 과거 검찰 수사관들이 집단소송을 결의했던 이른바 ‘란 다방의 난’으로 유명한 곳이다. 임 검사장은 이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며 “비록 인사 불이익과 대검의 탄압으로 진압당했지만, 결기의 DNA가 살아 있는 곳”이라며, 새로운 변화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대를 드러냈다. 조직 내부 저항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야말로 무엇인가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이자 다짐이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역할을 “검찰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가 되겠다”고 표현했다. 이는 단지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 조직이 더는 고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내부자적 판단이자, 무너진 정의의 제도를 마무리하는 데 헌신하겠다는 각오다. “한 시대를 잘 마무리해야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며, ‘장의사’로서의 역할 또한 막중한 소명이라 강조한 그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임은정 검사장은 수차례의 좌천과 배제, 조직 내 고립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과 내부의 부조리 고발을 멈추지 않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치적 외풍과 검찰권력의 정쟁화가 극에 달한 가운데, 그의 동부지검 부임은 단지 인사의 한 조각이 아닌, 대한민국 검찰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되묻게 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고 있다.
그는 “씩씩하게 계속 가보겠다. 함께 해 달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한 조직의 몰락을 지켜보는 이가 아니라, 그 몰락을 통해 다시 태어날 정의를 준비하는 이로서, 임 검사장의 길은 여전히 치열하고 고독하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변화와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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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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