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대통령 전횡과 계엄 시도까지 인정한 국민의힘…뒤늦은 사죄, 책임은 누가 지는가

정범규 기자
혁신위 공식 사죄문 발표, 대통령 부부 전횡·내분·탄핵 무책임까지 언급
총선 참패·비례대표 ‘내리꽂기’ 인정…늦은 반성에 비해 실천책은 모호
국민 눈높이에 맞춘 사죄인가, 책임 분산을 위한 면피성 선언인가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0일 발표한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사죄문’은 충격적이다. 현직 대통령 부부의 전횡부터 비상계엄 시도, 탄핵 국면의 무책임한 대응, 총선 참패 후 분열까지—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문제를 집단적으로 인정하고 고개를 숙인 공식 문건이기 때문이다.
윤희숙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당 소속 대통령 부부의 전횡을 바로잡지 못하고, 비상계엄에 이르게 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하지 못한 점을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집권당이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국정 농단, 헌정 질서 훼손을 사실상 자인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또한 혁신위는 “당대표를 강제 퇴출시키고 특정인의 도전을 막기 위해 연판장을 돌렸다”, “당대표 선출 규정을 급변시켜 국민 참여를 배제했다”,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수년간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계가 주도한 조직 운영 방식이 반민주적이었다는 내부 고백이자, 혁신위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발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대적 사죄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임지는 이가 누구인지, 어떤 실질적 조치가 따를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전무하다. 당원 소환제 도입, 상향식 공천, 당헌·당규 개정 등의 약속은 내세웠지만, 핵심 기득권 세력에 대한 처벌이나 내부 구조 개편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투표를 예고했지만, 혁신위가 실질 권한도 없고 당헌상 강제력도 없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죄문 발표가 ‘사과의 제스처’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 내부에서조차 “혁신위는 ‘쇼윈도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온 지 오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구속과 김건희 여사 특검 본격화로 정치적 방어 논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혁신위를 앞세워 최소한의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진정한 혁신이라면, 지도부가 아닌 책임 당사자들의 공개 사과와 책임 이행이 전제돼야 한다.
사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권한을 쥐고 결정했던 이들, 조작에 침묵했던 이들, 혜택을 누린 이들이 물러서지 않고 있는 한, 그 사죄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혁신은 말이 아니라 구조로 증명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진정 국민 앞에 엎드릴 준비가 되었는지, 이제 국민이 확인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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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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