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사설]
윤석열 구속 이후의 풍경…‘눈물의 정치쇼’와 그에 침묵과 동조한 언론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수괴 혐의로 두 차례 구속된 이후, 대한민국 정치와 언론 지형에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법적 판단이 아닌 감정 프레임이 여론을 이끄는 현상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왜곡이며, ‘구치소 생활이 고통스럽다’는 동정 마케팅은 법치의 본질을 흐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군 수뇌부와 불법 계엄 선포를 공모한 혐의로 국회에서 탄핵 의결됐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했다. 이후 특검은 내란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해 재차 구속시켰다. 이 모든 과정은 민주 헌정질서의 최소한을 지켜낸 절차였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은 여전히 헌정 파괴의 책임자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되려던 날,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 관저 앞에 집결해 소위 ‘체포 저지 시위’를 벌인 장면은 그 자체로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했고, 헌재가 파면을 확정했음에도, 여당 정치인들은 여전히 윤석열이라는 이름 앞에 법치를 무너뜨리는 데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윤 전 대통령이 1차 구속된 이후 이례적으로 석방되었고, 이에 대해 검찰이 항고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재구속’을 회피시켰다는 점이다. 지귀연 판사의 시간 계산 논리 역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검찰총장 심우정의 항고 포기는 법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고려였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그 사이 윤 전 대통령은 결국 2차로 다시 구속됐고, 이번에는 건강 문제를 내세워 재판 불출석과 특검 조사 거부를 반복하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직 대통령과, 이를 비호하는 정치·사법 권력의 공조는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수감 당시 돈 한 푼 없이 입소해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며 후원 계좌를 공개했고, 일부 언론과 방송은 이를 여과 없이 받아쓰며 ‘영치금조차 없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감성적 프레임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와도 어긋난 주장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공식 해명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일반 수용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수감되고 있으며, 모든 처우는 교정 법령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외 운동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제공되며, 단독 운동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상 접촉 방지 조치일 뿐 제한이 아니다. 약품은 관급 의약품 우선 지급, 외부 반입 약품은 허가 절차를 거쳐 지급되었고, 접견실은 냉방된 공간에서 이뤄지며, 수용 거실은 선풍기가 설치된 일반 독거실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영치금 계좌는 입소 직후 개설돼 변호인단에 통보되었으며, 법령상 400만 원 한도로 보관이 가능하다. 김계리 변호사의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을 과장한 해석일 뿐이며, 수형 생활에 심각한 제약이 있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더구나 윤 전 대통령의 경제 사정은 시민 후원에 기대야 할 수준이 아니다. 2024년 기준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약 6억 원의 예금과 함께 총 36억 원대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배우자 김건희 씨는 약 71억 원의 부동산 및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합산 순자산은 100억 원에 육박하며, 단기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도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영치금이 없다며 시민 후원을 요청하는 행위는 정치적 동정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연출일 뿐,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감성적 호소를 일부 언론과 방송이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며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는 김계리 변호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소개하고, 반론이나 법무부 해명 없이 시청자들에게 ‘인권침해’라는 인식을 유도했다. 정치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확인과 균형 원칙이 완전히 실종된 것이다. 민주주의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이 정작 정치 선전에 동조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뒤흔든 중대 범죄 혐의로 파면되고 구속된 인물이다. 그는 정치적 희생양이 아니라, 철저히 법 앞에 책임을 져야 하는 피의자이다. 감정적 호소나 피해자 코스프레로 그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의 위상은 권력의 높이가 아니라 법 앞에 선 자세로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의의 기준이 흔들리는 기로에 서 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며, 언론은 권력을 감시할 책임이 있다. 정치권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대신,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 모든 기본이 무너졌을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름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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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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