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TV를 켜고 종편이나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심지어 정치 유튜브까지 넘기다 보면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은 익숙한 얼굴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뉴스, 심야 시사토크까지 줄곧 등장하는 몇몇 고정 정치평론가들이 있다. 많은 경우 하루 7~8곳의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도 있고, 같은 논리와 어조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순회하듯 넘나든다.
정치평론은 사회적 해석과 방향 제시를 다루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 평론계는 심각한 ‘인적 과점’에 빠져 있다. 대중이 듣는 해설과 진단은 몇몇 평론가의 언어로 수렴되고, 시청자의 다양한 견해 형성은 구조적으로 차단된다. 국민은 정치에 대한 다각적 이해와 상이한 시선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인 패널들의 반복 출연으로 그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평론가 대부분이 특정 정치 성향에 깊이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는 ‘중립적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정작 발언 내용은 정파적 시각에 편중된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방송사가 패널 섭외를 통해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형성하거나, 특정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 전달하려는 의도를 가진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시청자는 어느새 선택 없이, 무의식 중에 특정 논리에 길들여지고, 다르게 말하는 목소리는 차단된다.
언론은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이자, 민주적 여론 형성의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방송 구조는 편파성과 반복성, 게으른 섭외의식으로 인해 오히려 여론의 다양성을 가로막고 있다. 신진 평론가나 전문가 집단의 등장은 철저히 배제되고, ‘검증된 인지도’라는 미명 아래 익숙한 얼굴들이 방송 전면을 차지한다. 다양성과 균형은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평론은 시청률을 위한 장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공론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소수의 고정 패널이 방송계를 점령하는 구조는 언론의 본질적 책무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제는 진지한 성찰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방송사는 평론가 섭외에 있어 더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인재들을 발굴하고, 특정 인물에 집중된 출연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가 경쟁하고 공존할 때 살아 숨 쉰다. 시청자는 다양한 관점에 접근할 권리가 있으며, 언론은 그 권리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 반복되는 얼굴과 한정된 논리에 갇힌 지금의 정치평론 환경은, 그 의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방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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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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