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사설]
’46명 교체’가 만든 마녀사냥…언론은 왜 책임지지 않는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보좌진 46명 교체’ 보도가 기정사실처럼 확산된 이후, 언론과 정치권은 강 후보를 직장 내 갑질의 대표 사례로 몰아세웠다. 종편과 지상파를 가리지 않고 주요 뉴스로 다뤄졌고, 정치 시사 프로그램 패널들 역시 “5년 동안 46명의 보좌관을 교체했다”는 숫자를 근거로 강 후보를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후 청문회 과정과 서울신문 등의 추가 보도로 해당 수치는 과장되었으며, 국회사무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강 후보의 보좌관 교체율은 평균 이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 정정보도는 조용했다. ‘46명 교체’는 하루 종일 언론 지면과 화면에 노출됐지만, 그것이 과장되고 부정확한 정보였다는 진실은 언론의 메아리 속에 묻혔다. 결국 시청자들과 독자의 머릿속에는 “강선우=비정상적인 보좌진 교체=갑질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 후보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변기 수리 지시 등의 ‘갑질’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익명이 보장된 ‘여의도 대나무숲’ 게시판에서 제기된 주장과 개인의 일방적 주장으로, 특정 피해자나 사실관계조차 불분명했다. “강 후보는 음식물 쓰레기 지시 의혹에 대해, 전날 먹다 남은 음식을 다음 날 차량 안에서 다시 먹기 위해 포장해 두었다가 남은 음식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변기 수리는 보좌진을 통해 비데 AS를 신청한 것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 해명은 축소·편집하거나 사실상 외면하며, “보좌관에게 변기 수리까지 시킨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덧씌웠다.
확실히 말하자면, 만약 강 후보가 실제로 부당한 언행이나 직장 내 갑질을 했다면,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진실 여부와 별개로, 언론이 의혹 제기 초기부터 사실을 검증하기보다 선정적 숫자와 감정적 프레임으로 ‘마녀사냥’에 가까운 보도 행태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이 사안을 계기로 직장 내 갑질 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한다. 의료계에는 ‘태움’이라는 이름으로, 군대에는 선임병의 괴롭힘으로, 언론계와 정당에도 갑질은 일상적으로 존재해왔다. 보좌관을 폭행해 탈당했던 송언석 의원은 아무런 정치적 책임 없이 복귀했고, 언론계 내부에서 벌어진 선배들의 갑질은 지금도 공론화조차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강 후보를 비판한 정치인들은 자신은 보좌관에게 단 한 번도 언어폭력이나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았는가? 갑질 보도를 쏟아낸 언론인은 자신보다 하위직급 동료에게 부당한 태도를 취한 적은 없는가? 갑질 피해를 호소한 보좌관들 역시 자신이 다른 하급 보좌관에게 갑질을 한 적은 없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는 모두 자신의 언행과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론은 지금처럼 ‘한 사람’의 의혹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갑질 문화를 어떻게 해체하고 예방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조명해야 한다.
무분별한 프레임 씌우기와 선정주의적 보도는 그 자체로 또 다른 갑질이 될 수 있다. 언론은 더 이상 ‘무책임한 몰아가기’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자신이 가한 프레임의 무게만큼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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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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