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옹벽 붕괴 참사, 경찰 압수수색 돌입… 사전 경고에도 무대응한 오산시
정범규 기자

사망자 발생한 옹벽 붕괴 참사, 경찰 강제수사 착수
현대건설·오산시청·보수업체 등 4곳 압수수색
붕괴 하루 전 ‘침하 위험’ 경고 있었지만 시는 미온 대응
지난 16일 경기 오산시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본격적인 강제 수사에 나섰다. 이 사고로 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으며, 시민의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과 시공사의 무책임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오산 옹벽 붕괴사고 수사전담팀’은 오산시청과 시공사 현대건설, 도로 보수업체 등 총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경찰은 오산시청의 재난안전과 도로건설·유지·관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수사관을 투입해 자료를 확보했으며, 동시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건설 본사 및 오산 소재 도로 보수업체에도 수사관을 투입했다.
해당 사고는 16일 오후 7시 4분쯤, 오산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에서 약 10m 높이의 옹벽이 갑작스레 무너지며 발생했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와 토사는 아래 도로를 지나던 40대 운전자의 차량을 덮쳤고,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옹벽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장면과, 뒤따르던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멈춰서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붕괴된 옹벽은 약 180톤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었고, 구조작업에는 굴착기 4대가 투입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점은 이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15일, 국민신문고 앱을 통해 “지반 침하로 인해 붕괴 위험이 있다”는 구체적인 주민 민원이 이미 접수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신고자는 “고가도로 세교 방향 일부 구간의 지반이 침하되고 있다”며 “지속적 빗물 침투 시 붕괴 위험이 있으니 조속히 확인 바란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없지만 로드뷰를 첨부해 위치를 상세히 전달했고, 현장을 가보면 침하 지점이 금방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산시는 “유지보수 업체를 통해 보강공사를 하겠다”고 짧은 답변만 남겼을 뿐, 실질적인 현장 점검이나 도로 통제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이 위험을 경고했음에도 실질적 조치 없이 방치한 결과, 하루 뒤 현실이 된 비극. 해당 옹벽은 단순 토사유실이 아닌, 대규모 콘크리트 구조물 전체가 무너지는 치명적인 설계·시공·관리 실패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당일 시우량이 39.5㎜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단순 폭우로 인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계 및 시공, 유지보수 전 과정에서의 법적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오산시와 현대건설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진실과 공정한 천지인 뉴스, 정확한 팩트
정범규 기자
뉴스 제보: chonjiinnews@gmail.com
저작권자 © 천지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