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규 기자

사실 확인보다 자극에 몰두한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의 무책임
강선우 해명은 묻히고 의혹은 진실처럼 소비된 불균형 보도
정정보도는 작게, 오보는 크게… 반복되는 언론의 무관심한 폭력
정치인의 자격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검증이 ‘사실’이 아닌 ‘소문’과 ‘추정’에 근거할 때, 그것은 비판이 아니라 폭력이다. 오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함께 또 한 번 우리 사회에 던져진 질문은 이렇다. “우리는 지금도, 언론의 칼날 앞에서 한 사람의 삶을 너무도 쉽게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강 후보자는 개인 SNS를 통해 사퇴 입장을 밝혔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 해 보고 싶었지만 여기까지였다”는 그의 글은 사적인 감정의 토로를 넘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언론과 정치평론의 무책임한 공격에 대한 조용한 고발이었다.
실제로 이번 의혹 보도의 핵심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보좌관 갑질’이었지만, 보도의 형식은 대부분 “의혹을 제기한 쪽의 주장”만을 반복했을 뿐, 정작 강 후보 측의 해명이나 동료 보좌관들의 반박 인터뷰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일방적인 프레임, 자극적인 제목, 단정적인 논조. 그 익숙한 조합은 다시 한 번 한 사람을 공론장에서 퇴장시켰다.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바로 불과 얼마 전, 조수진 변호사의 사례가 그랬다. 조 변호사는 아동 성범죄 항소심의 변호인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동료 변호인이 한 법정 발언이 ‘조수진이 피해자의 아버지를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식으로 왜곡되어 보도됐다. KBS를 시작으로 18개 언론사가 인용 보도했고, 종편과 정치 평론가들은 ‘2차 가해’라는 낙인을 찍었다. 조 변호사는 민주당 경선에서 자진 사퇴했고, 정치적 명예는 물론 사회적 신뢰까지 송두리째 무너졌다.
그러나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조수진이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재판부와 법률 자료에서 밝혀졌고, 18개 언론은 정정보도를 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문제였다.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짧은 형식의 텍스트로 정정을 알렸고, 정정보도문에는 반성이나 사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는 끝까지 버티다 법원의 강제조정 판결이 나고서야 지면 하단과 온라인에 최소한의 정정보도를 게재했다. 의혹 보도의 일면 배치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강선우 후보자의 사례는 아직 ‘사실 아님’으로 판명난 것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의혹 보도 흐름은 조수진 사건과 너무도 닮았다. 검증의 이름으로 쏟아지는 폭로와 기사들. 정치평론이라는 명분 아래 감정적 단정으로 이어지는 방송. 국민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기억한다. 그리고 언론은 시간이 지나고 사실이 반대였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다.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에서 ‘알권리’는 언제부터 ‘죽여도 되는 권리’가 되었는가.
언론은 감시자다. 그러나 감시는 진실 위에서만 설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사실 확인 이전에 낙인을 찍는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라 선동이며 폭력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언론은 언제든 누구든, 매장시킬 수 있는 ‘면허’를 스스로 가진 듯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언제나 한 개인의 인생으로 귀결된다.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언론은 명예를 살릴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 손에 쥔 펜이 누군가의 목을 겨누게 될 때, 언론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이 보도는, 정말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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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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