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사설] 강선우 의원 낙마, ‘작은 공’이 되어야 한다 — 여의도 갑질 문화 청산의 마중물로
정범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언론과 정치권 전반에서 강한 비판이 이어졌고,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도 이를 정치공세의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단순히 한 인물의 도덕성 논란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 사태는 ‘여의도 갑질 문화’ 전반을 드러낸 구조적 사건이자, 이제껏 감춰졌던 권력 내부의 병폐를 조명할 기회다.
보좌진은 직업상 ‘을’의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보좌진들 역시 자신의 위치에 기대어 ‘또 다른 을’에게는 갑의 위치에 서서 어떤 언행을 했는가. 민원인, 정부 부처 실무자, 국회 직원, 인턴, 심지어 같은 동료 보좌진 사이에서도 알게 모르게 갑질이 반복돼온 건 아니었는가. ‘나는 피해자’라는 말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선, 스스로 권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강선우 사퇴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한 장관 낙마가 아니라, 여의도 전체를 관통하는 수직적 위계와 권력형 갑질을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회의원 300명은 물론, 보좌관과 정책비서, 당직자 전반에 걸쳐 갑질 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공적 권력’은 국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공적 책무는 의원뿐 아니라 그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보좌진에게도 해당된다.
특히 이번 논란을 기회 삼아, 국회라는 공간이 소통과 협업의 공간이 아니라 지시와 복종, 명령과 통제의 수직적 권력 구조로 고착되어 있진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권한이 있는 자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것은 언제든지 ‘갑질’로 비화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여당의 내로남불적 행태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과거 보좌진을 공개적으로 폭행한 사건으로 당에서 탈당 후 복당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강선우 낙마를 두고 “사퇴는 당연한 결과”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자신은 용서받고 남은 엄정히 비판하는 이 이중 잣대는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치인의 전형적인 행태다.
그보다 더 문제는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의 태도다. 강선우 의원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방송과 신문, 정치평론가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서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나 송언석 의원의 보좌관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침묵하거나 단신 처리로 일관했고, 주요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외면받았다. 이는 언론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인물의 소속 정당에 따라 비판의 강도를 달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그 공을 ‘누가 쐈는가’보다 무엇을 향해 쏘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여론몰이를 하는 방식은, 결국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기능할 뿐이다. 갑질 문제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든 권력자와 공직자에 대해 정당하고 균형 잡힌 비판이 필요하다.
정치평론가들 또한 자신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치적 취향’을 기반으로 특정 인물만을 집중 공격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린 갑질 문화 전체를 조망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진영 논리나 개인적 호불호를 넘어서, 객관적 기준과 지속적 감시를 바탕으로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데 기여해야 한다.
정치는 ‘정의로움’을 실천함으로써 유지되는 공적 행위다. 갑질 논란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구조의 문제이고, 권력 생태계 전체의 병든 관행이다. 강선우의 낙마가 여의도 전반의 자성과 반성,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강선우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이제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행사해온 ‘작은 권력’과 그 사용 방식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때다. 보좌관은 갑질의 피해자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또 다른 가해자였을 수 있다. 국회의원도, 비서관도, 정당인도, 언론인도 모두 권력의 한 축에 있다는 인식 아래, 진정한 민주주의적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이 작은 공이 정녕 진짜 멀리 날아가려면, 강선우 한 사람의 사퇴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의도 전역에 뿌리박힌 권위주의와 위계적 폭력을 걷어내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그 공의 궤적을 진실하게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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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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