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민원 사주’ 무혐의 논란
정범규 기자

공직자 민원 사주 의혹에 경찰 ‘불송치’ 결정
“동조한 민원은 진정성 있다”는 경찰 논리 논란
심의 공정성 무력화 우려… 제도 개선 요구 커져
경찰이 ‘민원 사주’ 의혹으로 수사받아온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민원의 내용과 경위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징계를 이끈 민원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심각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 “사주 민원도 진정이면 무방”… 민원 사주에 정당성 부여한 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21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류 전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류 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인용 보도 관련 민원을 방심위에 제기하게 하고, 본인이 직접 그 심의에 참여해 징계를 주도한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경찰은 “방심위 내부 규정상 민원 제기자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민원인이 사주자의 의견에 동조했다면 진정한 민원으로 볼 수 있다”며, 사주 여부와 심의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송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방심위원장이 자신의 입장에 부합하는 징계를 유도하기 위해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넣게 하고, 그 민원을 심의해 언론사를 징계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심위 사상 첫 ‘무더기 과징금’ 배경… “심의 공정성 훼손”
2023년 10월, 방심위는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MBC, KBS, YTN 등 주요 언론사에 대해 전례 없는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회의에서는 여권 추천 류희림 위원장과 다수 위원이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고, 야권 추천 위원 일부는 퇴장해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류 전 위원장이 이 같은 결정에 사적으로 개입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민원 160여 건 중 50여 건이 류 전 위원장의 가족·지인에 의한 것으로, 동일한 문장 구조와 오타까지 반복된 점을 근거로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같은 반복 민원에 대해 별도의 압수수색 없이 임의 제출된 자료와 참고인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를 종결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경찰은 사건 실체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려 마치 법원인 것처럼 행세했다”며 “권력형 방심위 개입 의혹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직자의 심의 개입에 법적 무력화 우려… 제도 개선 목소리 높아져
이번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이해충돌이 명백한 민원 유도와 심의 개입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향후 방심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심의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방심위법 제14조는 ‘자신이 제기한 민원에 대한 심의 참여 제한’을 명시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 조항의 취지를 사실상 부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방심위가 언론 징계를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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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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