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미국 구금 한국인 근로자 자진출국 추진, 비자 제도의 모순 드러내
정범규 기자

미국 구금시설 한국인 300여 명 전세기 귀국 추진
추방 기록 대신 자진출국, 외교 당국 교섭 마무리 단계
미국의 이중적 비자 제도, 한국 기업과 근로자에 불이익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수용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의 석방 문제가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외교 당국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의를 이어가며 추방 기록이 남지 않도록 조율 중이며, 이르면 10일 전세기를 통해 이들의 귀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는 미국 내 외국인 근로자 비자 발급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미국 경제 성장에 직접 기여하는 숙련 인력이었지만, 정상적인 절차로는 사실상 비자를 받기 어려운 현실에 내몰려왔다. 기업이 수십조 원을 투자하고도 정작 현장을 지탱하는 인력이 ‘불법 체류자’로 낙인찍히는 모순이 이번 단속으로 폭발한 것이다.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는 “추방 형식으로 석방될 경우 장기간 입국 금지와 비자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에 정부는 자진출국 형식을 통해 국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ICE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즉시 추방 또는 구금 상태에서 수개월 내 재판을 받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 가운데 추방 기록이 남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전세기는 포크스턴 구금시설에서 50분 거리인 플로리다주 잭슨빌 국제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외교 당국은 남녀 구금자들의 면담을 모두 마무리했으며, 의약품 등 긴급 지원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구금 근로자들은 조 총영사와의 직접 면담을 통해 귀국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불법 취업 단속’이라는 차원을 넘어,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서조차 노동 현실과 비자 제도가 괴리된 채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현지 숙련 기술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부재하다.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외치면서도 동맹국 인력의 안정적 체류와 노동권 보장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치가 귀국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투자 유치와 외국 인력 활용이라는 두 가지 현실을 일관성 있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한국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불이익을 안기고 있으며, 이는 동맹 관계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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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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