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언론의 자기모순…‘김어준 죽이기’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보도 관행(사설)[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언론과 정치권, 유튜브 방송 발언을 계기로 다시 김어준 비판 공세 확대
관계자발 기사·속보 경쟁 오보 반복한 기존 언론의 자기모순 지적
언론 신뢰 회복 위해선 특정 인물 공격보다 보도 관행 성찰 필요
최근 정치권과 언론 환경에서는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을 계기로 여권이 강하게 반발하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 유튜브 프로그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구독자가 최근 다소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채널의 구독자는 여전히 약 22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정치 유튜브 가운데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방송사, 그리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방송 발언을 계기로 다시 김어준에 대한 비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치 평론 프로그램과 일부 보수 성향 정치권 인사들이 이를 계기로 편향성 문제를 거론하며 공격 수위를 높이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을 조금만 차분히 들여다보면 정작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 스스로가 과거와 현재에 걸쳐 보여 온 보도 관행과 비교할 때 상당한 자기모순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익명 관계자 인용 기사와 속보 경쟁 중심의 보도 구조를 돌아보면 지금의 논쟁은 단순히 특정 방송인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에서 오랫동안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이른바 ‘관계자 인용 기사’ 관행이다. 정치 기사와 사회 기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정부 관계자”, “정보 소식통”, “업계 관계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표현은 실제 취재원을 독자가 확인할 수 없는 익명 출처 보도다. 언론은 이를 제보자 보호라는 이유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검증이 어려운 기사 구조가 만들어지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러한 구조는 속보 경쟁과 결합하면서 오보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온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발생한 ‘전원 구조’ 오보다. 사고 직후 여러 방송사는 구조당국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승객 전원 구조”라는 속보를 경쟁적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다. 대부분 승객이 구조되지 못한 상태였고 이후 참사의 규모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충격은 더욱 커졌다. 당시 여러 방송사가 이 오보에 관여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검증 없는 관계자 발언 보도가 만들어 낸 대표적 재난 오보 사례라고 판단했다.
익명 출처 의존은 정치 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문제를 낳았다. 특히 북한 관련 보도에서 이러한 관행이 두드러졌다. 일부 언론은 “대북 정보 관계자”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다양한 단독 기사를 보도했지만 이후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정원 팀이 평양에 파견됐다는 보도나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가 완전히 폭파되지 않았다는 보도, 북한이 취재비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오보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검증 부족 보도 논란이 반복됐다. 2023년 TV조선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제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강조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보도 과정에서 제보자의 전교조 활동 이력 등을 부각했지만 이후 사실관계 오류가 확인되면서 정정보도가 이뤄졌고 언론중재위원회는 정정보도를 결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행정지도를 권고했다. 검증 부족과 정치적 프레임이 결합할 경우 언론 보도가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연예인 사건에서도 유사한 구조는 반복된다. 사건이 발생하면 SNS 루머가 빠르게 확산되고 일부 언론이 이를 “관계자 발언” 형태로 기사화하는 일이 이어진다.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최초 기사로 형성된 이미지와 여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 사건과 관련 없는 CCTV 영상이 방송에 사용되면서 오보 논란이 발생했던 사례 역시 속보 경쟁과 검증 부족이 결합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 언론의 오보 문제는 특정 방송인이나 특정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관계자 인용 기사 남용, 속보 경쟁 속 검증 부족, 단독 보도 경쟁, 그리고 오보 이후 미흡한 정정보도 구조는 언론학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특정 방송인에 대한 비판을 확대하며 이른바 ‘김어준 죽이기’식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일부 정치 패널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러한 논쟁에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진보 진영의 대표적 스피커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공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TBS 뉴스공장 출연료 논쟁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김어준은 2016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6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국회 자료 기준 총 출연료는 약 24억 5천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당 출연료는 2020년 이전 약 110만 원, 이후 약 200만 원 수준이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서울 시민 세금으로 고액 출연료가 지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프로그램이 창출한 수익 구조를 함께 보면 논쟁의 양상은 달라진다. TBS 내부 자료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라디오 광고 89억 원, 유튜브 광고 36억 원, 팟캐스트 16억 원, TV 채널 4억6천만 원 등 총 약 146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출연료와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의 규모였다.
프로그램 종료 이후 상황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뉴스공장이 사라진 뒤 TBS 광고 수입은 급격히 감소했다. 2020년 106억 원이던 광고 수입은 2023년 43억 원으로 줄었고 2024년 상반기에는 13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청취율 역시 과거 11%에서 14% 수준을 유지하며 15분기 연속 1위를 기록하던 시기와 달리 현재는 약 2%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김어준은 TBS 하차 이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채널은 개설 3일 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확보했고 약 2주 만에 95만 명에 도달했으며 이후 빠르게 100만 구독자를 넘어섰다. 첫 방송 동시 시청자는 약 18만 명을 기록했고 이후 평균 16만에서 2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슈퍼챗 수익 역시 첫 4일 약 1억7천만 원, 5일 기준 약 2억 원을 넘어서며 정치 유튜브 방송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특정 방송인의 영향력 문제라기보다 언론 환경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전통적인 라디오와 TV 중심의 시사 프로그램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유튜브 정치 방송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기 성찰보다 특정 인물 비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론이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익명 관계자 인용 기사 남용, 속보 경쟁 속 검증 부족, 오보 이후 미흡한 정정보도 구조 등은 오랫동안 지적돼 온 언론의 구조적 문제다.
김어준 논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정치 방송의 편향성 여부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한국 언론이 과연 동일한 기준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특정 방송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들의 보도 관행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언론 신뢰를 무너뜨리는 내로남불이 될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인물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언론 구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관계자 발 기사에 대한 검증 강화, 속보 경쟁 구조 개선, 정정보도 책임 강화 같은 논의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한국 언론의 신뢰 회복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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