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개그계 대부’ 전유성 별세…한국 코미디사의 큰 별 지다

정범규 기자
76세 일기로 타계, 폐기흉 악화와 코로나 후유증 겹쳐
‘개그맨’이라는 용어 만든 장본인, 개그콘서트의 주춧돌
신인 발굴·사비 지원·17권 저술까지…한국 개그의 산 역사
한국 코미디사의 큰 별이 졌다. ‘개그계 대부’로 불린 원로 코미디언 전유성이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 폐기흉 증세 악화로 서울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고인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장기간 고통받아 왔고, 최근 기흉으로 폐 일부 절제 수술까지 받았으나 증상이 악화해 결국 생을 마감했다. 지난달 부산코미디페스티벌 부대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악화로 불참했던 것도 마지막 공개 활동 무산으로 남았다.
고인은 생전에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했으며, 장례 절차와 방식에 대해서도 측근들에게 직접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지고, 노제는 고인이 활발히 활동했던 KBS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코미디 작가에서 ‘개그콘서트’의 기틀까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유성은 방송작가로 출발했다. 1960년대 후반,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방송 원고를 써주며 방송계에 입문했고, 1969년 TBC ‘쑈쑈쑈’의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코미디언으로 전향해 ‘유머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에서 촌철살인의 입담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KBS 대표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창립 멤버이자 정신적 지주로 꼽힌다. 아이디어와 기획 능력으로 한국 방송 코미디의 형식을 혁신했으며, 예능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 무대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갔다.
무대의 확장과 실험적 공연
전유성은 기존의 틀을 깨는 공연을 기획하며 코미디의 지평을 넓혔다. 성악가와 개그맨이 함께하는 ‘아이들이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음악회’, 반려동물을 위한 ‘개나소나 콘서트’ 등은 전유성만의 독창적 발상에서 탄생했다.
2011년 경북 청도군에는 국내 최초의 코미디 전용극장 ‘철가방극장’을 세워 4,400회가 넘는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는 한국 코미디 역사에서 전례 없는 기록으로 남았다.
후배 양성·저술 활동, 개그계 산증인
전유성은 개그 지망생과 무명 개그맨들을 발굴하고, 사비를 들여 지원하며 ‘개그계 대부’라는 명성을 얻었다. 최양락, 이윤석, 김신영, 황현희, 김민경 등 수많은 후배들이 그에게서 도움과 영감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또한 희극인이 코미디언이라 불리던 시대에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대중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에 가장 많은 책을 집필한 코미디언으로 기록된다. 대표 저서로는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등 총 17권이 있다.
개인사와 마지막 길
고인은 1993년 가수 진미령과 결혼했으나 2011년 이혼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생의 후반부에는 건강 문제와 싸우면서도 무대와 후배 양성을 놓지 않았다.
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개그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전반이 슬픔에 잠겼으며, 그의 별세는 한국 코미디 역사에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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