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윤석열 석방 때는 침묵, 남욱 증언 뒤엔 폭발…검찰의 이중잣대, 정의를 말할 자격 있는가
정범규 기자

남욱 변호사의 폭로가 던진 파장은 단순한 증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재판장에서 “검찰이 자녀의 사진을 보여주며 협박했고, 수사 방향에 맞춰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형사사법의 근간인 ‘자백의 임의성’을 정면으로 흔드는 이 증언은, 대한민국 검찰권이 어디까지 오염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이 심각한 사안이 제기되자 검찰 내부에서 터져 나온 것은 반성과 성찰이 아니라 집단 반발이었다. 그들은 항소 포기 결정을 문제 삼으며 연판장을 돌리고, 언론 인터뷰로 “검찰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민은 묻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 결정이 ‘날짜 계산이 아닌 시(時) 계산’으로 이뤄졌을 때, 왜 그토록 조용했는가.
그때 검찰은 ‘시간 계산 착오’라는 비상식적 논리에 침묵했다. 구속기간의 종료 시각을 이유로 전직 대통령을 석방한 전례 없는 사법 혼란 속에서도, 단 한 명의 검사도 내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의 석방 결정,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무혐의, 명품백 수사 중단, 그리고 권력자 관련 항고 포기 등 수많은 비정상적 결정 앞에서도 검찰은 집단적으로 침묵했다. 그 침묵은 공포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권력에 유리할 땐 입을 다물고, 불리할 땐 조직적으로 들고일어나는 선택적 분노. 그것이야말로 검찰이 지금 직면한 ‘정의의 붕괴’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이 내려진 직후, 검찰 내부의 반응은 마치 사전에 조율된 듯 일사불란했다.“검찰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법무부가 검찰권을 침해했다”는 문구들이 일제히 등장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 그들은 자존심보다 책임을 먼저 지켜야 할 공직자다. 자녀 사진을 내밀며 협박한 수사, 진술을 유도한 조사, 불법적 회유 정황이 드러나도 그들은 침묵했다. 오히려 ‘항소 포기’를 문제 삼으며 법리와 절차를 운운한다. 그들의 정의는 타이밍에 따라 달라지고, 그들의 분노는 권력의 방향에 따라 조절된다.
검찰은 지금 “우리가 법이다”라는 오래된 착각에 갇혀 있다. 조직의 명예를 지킨다는 미명 아래, 검찰의 책임을 덮고 국민의 신뢰를 버리는 행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남욱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검찰권 남용의 실체이자 수사권의 오염이다. 이 사안을 덮기 위한 항명이라면, 그것은 법적 항명이 아니라 정치적 방탄이다.
윤석열 석방 당시 시(時) 단위의 기형적 법리 해석에는 침묵하던 검찰이, 남욱의 진술로 자신들의 과거가 조명되자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진실의 폭로가 조직의 정당성을 무너뜨릴까 두렵기 때문이다.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이중잣대가 반복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을 ‘법의 집행자’로 믿지 않을 것이다.
지금 검찰이 해야 할 일은 내부 항명이 아니라 내부 성찰이다. 자신들이 왜 권력의 눈치를 볼 때는 침묵했고, 진실이 자신을 향할 때만 목소리를 높이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의는 시계처럼 정확해야 한다. 권력의 시침에 따라 움직이는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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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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