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윤미향 ‘간토대지진 추모식 참석’ 국가보안법 고발, 2년 만에 무혐의… 그때의 광풍은 어디 갔나
정범규 기자

2023년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했을 때 보수 진영은 ‘반국가단체 행사 참여’라고 규정하며 윤 전 의원을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당시 언론은 일주일 동안 약 500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냈고, 보수 성향 단체들은 국가보안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고발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해당 추모식을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반국가단체의 국가전복 기도 행사”라고 규정했고, 윤석열 정부 역시 “국체를 흔드는 세력”이라는 강경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조총련 행사 참석’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지자마자 윤미향이라는 이름은 곧바로 비판의 중심에 놓였고, 선한 의도조차 정치적 공격의 소재가 됐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경찰의 결론은 정반대였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2과는 당시 영상, 진술, 사실관계 등을 모두 검토한 끝에 조총련과의 회합이나 연락 정황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윤 전 의원의 단순 추모 목적 참석은 법률상 처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치적 비난이 난무했던 그 시절과는 달리, 실제 법적 판단은 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내려진 셈이다.
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억울한 죽음들이 100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데, 나는 그 추모를 한 죄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란과 전쟁까지 감행해 정권의 목적을 정당화하려 하던 이들이었으니, 그들이 나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했던 이유가 이제야 분명해졌다”고 적었다. 당시 윤미향을 향해 쏟아졌던 거친 언사와 정치적 낙인찍기는 결국 법적 진실 앞에서 모두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동안의 공격이 근거 없는 프레임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2년 전의 광풍을 떠올리면 그 대비는 더욱 뚜렷하다. 500건이 넘던 기사량, 일주일 내내 헤드라인을 장악했던 언론들, 국회의원이자 개인에게 향한 과도한 정치적 낙인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추모는 ‘죄’가 아니었다. 오히려 역사적 진실을 기억하고자 한 행동에 정치적 색깔을 덧씌운 것은 보수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한 의도는 오욕으로 왜곡됐고, 피해자들의 기억과 진실은 또 한 번 정치적 소음 속에 묻혔다.
법적 무혐의 결정은 단순히 사건 종결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2년간 특정 정치세력이 만들어낸 프레임 정치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서 작동했는지를 증명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강력한 법률까지 동원해 한 정치인을 공격했던 세력은 지금 어떤 책임을 지는가. 수백 개의 기사로 윤미향을 공격했던 언론들은 지금 어떤 반성과 해명을 내놓고 있는가.
역사는 늘 진실을 향해 복원된다. 비록 늦었지만 무혐의 결정은 그 복원의 한 조각이다.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묻어버리려 했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윤미향 전 의원이 말한 것처럼, 진실은 결국 시간을 이긴다. 그리고 이번 결정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교훈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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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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