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조국 아들 때는 광풍이더니, AI 컨닝 사태엔 왜 이렇게 조용한가
정범규 기자

조국 아들 시험 논란 때는 온 나라가 뒤집어질 만큼 거센 여론이 들끓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시 언론들은 대리시험 프레임을 앞세워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시민단체들은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거리로 나왔다.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었고, 졸업생 단체들까지 참여해 공정성과 정의를 외쳤다. 검찰은 과열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끝없는 압수수색과 수사를 이어갔다. 그 시기는 그야말로 ‘도덕적 선동’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가 AI 컨닝 사태 앞에서는 너무나 조용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수십 명 단위로 적발되는 대형 부정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언론 보도는 상징적 몇 건에 그치고 있으며 시민단체의 기자회견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가에서 공정을 외치던 학생 단체들 역시 침묵한다.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구조적 붕괴 수준의 문제임에도, 그때의 광풍에 비하면 지금의 대응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하다.
조국 아들 논란 당시 언론과 사회단체, 대학 구성원들이 보여준 분노는 ‘공정’을 향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특정 인물을 향한 감정적 정치 공격이었는가. 그때와 지금의 온도 차는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게 만든다. 오픈북 시험이라는 형식도 무시하고 조국 가족에게만 도덕적 잣대를 세차게 들이대던 그 기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지금은 학문 공동체의 근본이 흔들리는 상황임에도, 누구도 거리로 나오지 않는다.
공정이 선택적으로 적용될 때, 공정은 이미 공정이 아니다. 정의가 특정 대상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될 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폭력에 가깝다. 조국 아들 논란 때 그토록 뜨거웠던 이들이 지금 침묵하고 있다면, 그들이 겨냥한 것은 시험의 공정성이 아니라 바로 ‘조국’이라는 이름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반복해온 정치적 이중잣대는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이번 사태를 통해 언론과 사회단체, 대학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외쳤던 가치가 진짜 가치였는지, 아니면 선택적 분노였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침묵은 그때의 분노가 진심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무언의 고백과 다름없다.
공정은 사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공정의 잣대가 흔들릴 때 사회의 신뢰는 무너진다. 이제는 묻는다. 그대들이 외쳤던 공정은, 정말 공정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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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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