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오마이뉴스 단독… 윤석열 정부 수사팀, 정영학 녹취록까지 ‘조작 정황’ 드러나
정범규 기자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자료에서 ‘재창이형’이 ‘실장님’으로 둔갑한 검찰 버전 녹취록 확인
정진상·김용을 겨냥해 단어를 바꾼 수사팀… 2기 수사라인 의도적 편집 의혹
증거 제출한 담당 검사도 최근 논란된 ‘쿠팡 무혐의 지시’ 당사자 엄희준으로 드러나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윤석열 정부 들어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이 원본에 없는 새로운 단어를 삽입해 별도의 ‘검찰 제작 버전’ 녹취록을 만들었다는 조작 정황이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났다. 핵심 대목이 정진상 전 실장, 김용 전 부원장을 겨냥한 방향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시 윤석열 정부 수사가 특정 정치적 타깃을 향해 조작됐다는 의혹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단독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핵심은 2013년 4월 16일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9000만 원을 전달한 뒤 정영학 회계사에게 나눈 전화 통화다. 이 통화는 이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을 겨냥한 검찰 공소사실의 중심 근거로 사용됐으나, 원본 녹취에서는 해당 부분이 “재창이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2기 수사팀은 이를 “실장님”으로 기록한 새로운 녹취록을 작성해 법정 증거로 제출했다.
녹취록 변경의 의도는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 5월 19일 대장동 재판에서 검찰은 2기 수사팀이 만든 녹취록을 화면에 띄운 후 정영학 회계사에게 “실장님이 정진상을 의미하느냐”고 물었으나, 정 회계사는 “재창이형으로 들린다”고 답했다. 검찰이 같은 구간을 반복 재생하며 재차 확인했지만 정 회계사는 동일한 답변을 유지했다. 남욱 변호사 또한 “그날 유동규가 다른 방에 다녀온 뒤 ‘재창이형’ 얘기를 했다”고 증언해 검찰의 자의적 해석을 부정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남욱 변호사의 진술 변화다. 그는 2022년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형들”, “높은 분들” 등 검찰의 질문 구조에 따라 특정 표현을 수용하는 진술을 했다가, 지난 8월 정진상 전 실장 공판에서는 “그 표현 자체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처음 들은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대장동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검찰 조사 후 변화했다’는 점은 수사가 정치적 방향에 맞춰 유도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문제가 된 조작 의혹 녹취록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검사 역시 주목된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증거기록 2 –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범행’ 문서에는 검찰 제출자로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검사였던 엄희준 검사가 명시돼 있다. 엄 검사는 최근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진 ‘쿠팡 무혐의 지시’ 당사자이며, 윤석열 당선 직후 대장동 수사를 맡았던 핵심 수사 책임자다. 이후 그는 부천지청장을 거쳐 올해 인사에서 사실상 수사업무가 없는 광주고검으로 이동됐다. 오마이뉴스는 엄 검사에게 입장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종합하면, 정영학 원본 녹취록에는 없는 표현이 2기 수사팀 버전에서 삽입·교체된 정황, 남욱 변호사의 검찰 조사 이후 진술 변화, 그리고 증거 제출 검사까지 최근 논란의 중심인 인물로 드러난 점 등이 결합해 당시 윤석열 정부 검찰이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맞추기 위해 증거를 편집·왜곡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그동안 보수 진영이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는 핵심 소재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정영학 녹취록 조작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검찰의 정치개입·증거 조작이라는 중대한 사법농단 수준의 문제로 번질 수 있으며 항소심 재판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조만간 국정조사 요구, 특검 추진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돼 사법·정치적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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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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