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30·40년짜리 주담대에 내몰리는 국민들… ‘내 집 마련’ 아닌 ‘빚의 감옥’

정범규 기자
이재명 정부가 6월 27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다. 특히 수도권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한 조치는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실효적 장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다수의 언론은 “직장인들이 서울에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는 프레임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구조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문제의 본질은 ‘대출 상한’이 아니라 ‘과잉 대출’의 위험성에 있다. 정작 언론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수많은 국민들이 30년, 40년에 이르는 장기 대출에 내몰리며 평생 채무의 굴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이 구조를 조명하지 않은 채, “정부 탓에 집을 못 산다”는 단편적 보도만 반복하는 언론의 태도야말로 더 큰 위험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다음과 같다.
- KB국민은행: 3.89% ~ 4.59% (고정형 혼합)
- 신한은행: 3.97% ~ 4.62%
- 우리은행: 4.00% ~ 4.70%
- 하나은행: 3.95% ~ 4.80%
- 카카오뱅크 (변동형 기준): 최저 3.737% ~ 최대 5.18%
- u-보금자리론 (40년 고정): 4.00% (기본형)
이를 바탕으로 20억 원을 40년간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상환할 경우, 평균 이자율 4.2% 기준으로 매월 약 860만 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대출 초기에 납부하는 금액의 대부분은 이자이며, 원금 상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중이 늘어난다.
연 소득 1억 원(세전 기준)을 가정하면, 실수령액은 월 600만~650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상환액이 그보다 많은 800만 원대에 이른다면, 실질적으로 대출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유지 불가능한 삶’이 된다. 대출 승인을 받는다 해도, 그 순간부터 삶 전체가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보다 더 가혹한 구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변동금리의 리스크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초기 금리가 낮은 대신, 5년마다 금리가 갱신된다. 금리가 1~2%포인트만 올라가도 월 상환액은 수십만 원씩 증가하며, 대출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가 정점에 다다른 지금, 향후 시장금리 인하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은 싸다’는 착시는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요인일 수 있다.
게다가 대출은 상환 기간이 길수록 안정적인 수입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시대에 30~40년 동안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인은 드물다. 직장에서 한 번의 해고, 병가, 휴직이 발생했을 때, 2~3개월 이내 연체만으로도 은행은 기한이익 상실을 선언하고 경매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몇 억 원을 납입해 온 사람도 단 몇 달 만에 모든 것을 잃고, 집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경매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언론은 이 구조의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 “이제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식의 기사로 국민 심리를 부추기고, 불안감을 조장하며, 투기적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왜곡된 보도는 국민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경제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남들 다 강남 아파트로 몇억씩 벌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착시는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과도한 대출, 무리한 집 구매, 스스로의 상환 능력을 넘는 빚으로 내몰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언론은 자신들이 유포한 상승 신화의 책임을 회피한 채, 다시 정부 정책만 비난하며 또 다른 착시를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정보 왜곡이 아닌, 국민을 금융 위기로 내모는 구조적 책임이다.
우리는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80년대 말, 일본은 서울보다 더한 부동산 과열을 경험했다. 그러나 1991년 대출 총량 규제와 금리 인상이 시행되자 주택 가격은 60% 이상 폭락하고, 일본 전체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빠졌다. 그 붕괴는 서민과 중산층의 자산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그 신화를 퍼뜨리고,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지 않았던 언론의 책임은 지금도 일본 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집을 못 산다”는 억지 프레임이 아니라, “이 구조가 과연 나를 보호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정부의 규제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 장치이며, 더 강력한 금융 안전망과 함께 보완되어야 한다. 언론은 ‘언제 오르나’만 말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를 먼저 보도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빚으로 사는 삶’이 정상처럼 여겨지는 사회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내 집 마련’이라는 말이 ‘평생의 채무’로 번역되지 않도록, 정치와 언론 모두가 구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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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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