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머스크, ‘아메리카당’ 창당 공식 선언…트럼프와 결별하며 정치판 지각변동 예고

머스크, 트럼프와 결별 선언하며 ‘미국당’ 창당 발표
트럼프, 정부 보조금 중단 경고…머스크 퇴출론까지 거론
테슬라 흔들리는 주가…정치 리스크에 시장 불안 가중
정범규 기자
미국 독립기념일 직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며 미국 정치와 증시에 동시에 파장을 일으켰다. 머스크는 4일 자신의 SNS 플랫폼인 엑스(X)를 통해 ‘아메리카당’ 창당을 선언하고, 미국 내 일당 지배체제를 비판하며 자유와 견제를 위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적 갈등 끝에 내려진 것으로,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를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던 인물이 이제는 정치적 반기로 돌아선 셈이다.
머스크는 신당 창당 발표에 앞서 X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약 65%의 응답자가 창당에 찬성한 것을 바탕으로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는 미국이 사실상 민주주의를 잃고 일당 체제로 변질되고 있다며, 상원 23석, 하원 810석 정도의 소규모 의석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극단적 양당 구조 속에서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실제 정치적 영향력 확보보다는 온라인 기반 여론전과 경제적 무게감을 통한 정치 개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행보에 강력히 반발하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그의 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과 기존 정부 계약 해지, 심지어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전기차 우대 정책 축소에 불만을 품고 개인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통과된 공화당 주도 예산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해 머스크가 강하게 비판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공개적으로 증폭됐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시절 대규모 구조조정과 예산 감축을 이끌며 트럼프 행정부 내 실세로 활약했으나, 이번 예산안은 그가 중시했던 재정 건전성과 정면 충돌하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번 법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2조5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시키고, 중산층에게 과도한 부채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이 낭비적이고 부패한 법안을 강력히 규탄하는 글을 연달아 X에 올렸다.


이런 정치적 반란은 곧바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뉴욕증시에서는 머스크의 창당 선언 이후 테슬라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며 주식 매도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모델 노후화와 중국·유럽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미국 내 판매 감소 등으로 성장 둔화 경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1~5월 신규 등록 차량 수가 37%나 급감했고, 미국 내 시장 점유율도 불과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여기에 머스크의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이 재정 적자를 확대해 달러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비트코인 매입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자신과 테슬라가 다시금 암호화폐를 안전자산으로 선택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했고, 테슬라가 보유 중인 12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향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주도의 대규모 감세 지출 법안이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현실 속에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경제적 탈출구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는 이번 창당이 단기적 정치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정치개입의 시작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가 공화당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판하고, 독립기념일이라는 상징적 날짜를 택한 것 역시 미국 정치의 대전환기를 자처한 행보다. 하지만 진보 진영 내에서는 머스크의 진정성에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로 정부 직책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이제 와서 ‘반트럼프’를 내세운다 한들, 그것이 미국 시민사회와 진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X 플랫폼이라는 막강한 미디어, 그리고 천문학적 자금을 바탕으로 정치적 지형에 실질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트럼프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대안 정치 실험이 시장과 유권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에 따라 미국 정치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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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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