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사설]
‘윤핵관당’의 위선, 혁신은커녕 생존 본능만 남은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또다시 혼돈에 빠졌다. 이번에도 그 중심엔 안철수 의원이 있다.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사퇴하고, 이튿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겉으로는 파격이고, 속내는 계산이라는 지적이 따르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안철수의 변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변덕이 가능케 한 ‘윤핵관 중심의 폐쇄정당’, 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안 위원장의 제안을 전폭 수용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안 위원장은 “날치기 인선”, “합의 없는 혁신위”라며 전면 거부했다. 위원장직을 내던지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 절연하겠다”고까지 발언했다. 이는 단순한 당내 충돌이 아닌,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사이의 병적 공생관계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그리고 그 폭로는, 무색하게도 너무 익숙하다.
국민의힘은 혁신을 원치 않는다. 오히려 혁신을 가장한 정치적 쇼에 집착해왔다.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내부 반대세력을 솎아내고, 당을 특정 세력의 장기판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데 더 능숙했다. 지난 이준석 대표의 축출도, 윤석열 정권과의 밀월도 모두 그 시나리오의 일부였다.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대선 후보 교체 사태’ 책임자 인적 청산조차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혁신의 첫 발걸음조차 거부한 정당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순진함’일지 모른다.
송원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속히 신임 혁신위원장을 모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혁신위원장은 그 이름만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실질적 권한 없이 얼굴마담을 자처해야 하고, ‘윤핵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지금 와서 누구를 내세운들, 그 위원회는 태어나기도 전에 실패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의원의 출마 역시 국민의힘 내 진짜 권력 구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반증한다. 그는 “당헌·당규가 왜곡됐다”고 말한다. “정권 3년간의 국정 난맥상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윤석열 부부와 절연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이 곧, 국민의힘이 윤 정권의 정치적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 주류를 장악한 세력은 윤심을 등에 업은 ‘윤핵관들’이다. 이 정당에 자정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물론, 안철수 의원에게도 책임이 없다 할 수는 없다. 스스로 혁신위원장을 수락해놓고 단 하루도 못 버티고 손을 털며 ‘출마용 아니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당이 더 심각하다. ‘혁신이 안 될 것이 뻔했다’는 한마디에 모든 구조적 문제가 집약되어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정치적 다양성과 자율성, 자정 능력을 상실한 기형정당으로 전락한 상태다.
진짜 혁신이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 없이는 어떤 인적 쇄신도, 어떤 혁신위도 공허할 뿐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자신이 혁신을 거부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당장의 권력 생존이 아니라, 장기적인 정당 생존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윤핵관을 비호하고, 당 개혁을 외치면서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는 끊지 못한다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기만이다.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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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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