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사설]
당뇨·안과약 운운하는 윤석열 보도…정경심 병보석 불허와의 이중 잣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일부 보수 언론은 그의 건강 문제를 과도하게 조명하고 있다. “당뇨약과 안과약을 구치소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에어컨 없는 독방’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며 동정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급기야 SNS에는 윤 전 대통령의 영치금 후원 계좌까지 공개됐고, 그의 지지자들은 구치소에 전화를 걸어 에어컨 설치를 강하게 항의하는 등 과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은 결국 병보석을 염두에 둔 여론 빌드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과거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례와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 교수는 과거 유학 시절 강도에게 머리를 가격당한 후유증으로 뇌출혈·뇌경색·뇌종양 가능성까지 진단받았고, 척추 디스크·만성 두통에 시달리며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의료기록과 진단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수차례 병보석을 불허했다. 증거인멸 우려라는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정 교수의 형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딸의 입시 문제와 관련한 별건 수사로 기소되어, 동양대 표창장 위조·봉사시간 부풀리기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끝에 복역을 마쳤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수사의 산물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사례는 이와는 반대로 수감 직후부터 감정적 프레임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보수 언론은 ‘고혈압’과 ‘안과질환’ 보도를 이어가고, 지지자들은 “구치소장이 사람 잡는다”며 감정적 민원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대한민국의 모든 수감자들이 겪는 열악한 수감 환경을 윤 전 대통령만 겪는 듯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현실은 다르지 않다. 독방에 에어컨이 없다는 점은 윤 전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재소자가 겪고 있는 현실이며, 이는 교정 당국의 구조적 과제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재 본인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형사 재판과 특검 조사까지 연기하거나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1일, 내란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을 소환했으나 그는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 측은 “건강 문제를 내세운 불출석이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강제 구인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공수처 조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수차례 출석을 거부해 왔으며,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도 변호인단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적부심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는 법 앞의 평등을 해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병보석이나 조사 연기는, 피의자나 수형인의 신분이나 여론에 따라 좌우되어선 안 된다. 정경심 교수가 어떤 예외도 없이 고통스러운 수감 생활을 끝까지 견뎌냈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그에 상응하는 법적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마땅하다.
더 이상 감정적 프레임으로 법치의 기반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병보석은 여론이나 동정이 아닌, 의료적 소견과 법적 근거에 기반해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법정 출석 또한 피의자의 의무다. 윤 전 대통령이 진정 법치를 말해온 지도자라면, 스스로 그 원칙을 따르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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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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