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유네스코 오른 ‘반구대 암각화’, 등재 일주일 만에 다시 수몰

정범규 기자
세계유산의 위상 무색하게 폭우에 무방비
사연댐 수위 57m 임박, 수문 없는 구조가 원인
수문 설치 2030년까지 걸려… 그때까지 반복 침수 우려
울산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물에 잠기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12일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반구천의 암각화’ 중 하나인 반구대 암각화는 현재 큰비로 인해 상당 부분이 침수된 상태다.
한국수자원공사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19일 오전 9시 기준 울주군 사연댐 수위는 56.19m에 달하며, 이는 반구대 암각화의 주요 암면 위치인 해발 53~57m 범위와 겹친다. 사연댐이 자연 월류형 구조라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어,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댐 수위가 암각화까지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이번 침수는 13일부터 내린 국지성 집중호우가 원인이다. 울주군에는 13일 117.8mm, 14일 59mm, 17일에는 무려 123.2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12일 46.96m였던 사연댐 수위는 15일엔 49.48m, 19일 새벽엔 53m를 넘어 암각화 침수가 시작됐다.
수자원공사는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방류로 수위를 조절해 왔으나, 집중호우로 유입량이 급증하면서 대응에 한계가 드러났다. 특히 17일 기준 초당 유입량은 31t에 달한 반면, 방류량은 4.5t에 불과했다. 게다가 19일 오후까지도 50mm 이상의 추가 강수가 예보돼 수위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반구대 암각화가 또다시 장기간 수몰될 위험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앞서 2023년에도 장마와 태풍으로 8월 1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총 74일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바 있다.
현재 정부는 이 같은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댐 여수로에 수문 3개(너비 15m, 높이 7.3m)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수문이 완공되면 댐 수위를 암각화보다 낮은 52m 이하로 유지할 수 있어, 침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착공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완공은 2030년으로 예상돼 그 전까지는 침수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미 수십 차례 물에 잠기며 훼손이 진행된 반구대 암각화가 계속 침수되면, 세계유산의 가치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수문 설치 전까지 임시 방수조치나 수위 예보 연동 대응 강화 같은 단기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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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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