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윤어게인 아니면 배신자?”… 전한길에 휘둘리는 국민의힘, 당이냐 유튜브 팬클럽이냐
정범규 기자

합동연설회장, 전한길 등장에 고성·물병·의자 위 퍼포먼스까지… 극우 유튜버가 판을 쥐락펴락
찬탄파 후보들 연설 때마다 “배신자” 고성… 당권주자 아닌 유튜버가 여론 몰이 주도
정당정치 실종된 전당대회… 극우의 볼모가 된 보수, 혁신은커녕 혼돈만 더해져
2025년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합동연설회장이 유튜버 전한길 씨 한 명의 등장에 휘청거렸다. 당대표 후보들의 정책 비전이나 정강·정책보다 “배신자”, “윤어게인” 구호가 난무했고, 물병이 날아다니고 의자 위에 올라선 유튜버가 군중을 선동하는 장면까지 펼쳐졌다. 이는 한 정당의 행사라기보다, 극우 유튜브 팬클럽의 공개 집회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TK)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기자석에 앉아 반탄(탄핵 반대)파 후보들의 연설에는 박수와 환호를,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들의 발언에는 “배신자”를 외치며 고성을 질렀다.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소개 영상에 자신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자 전 씨는 격분한 채 의자 위에 올라가 지지자들에게 구호를 유도했고, 결국 조경태·안철수 지지자들과의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졌다.
‘윤어게인 아니면 배신자’라는 흑백 논리가 국민의힘 당원석을 지배하는 상황은 충격적이다. 연설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어게인, 전한길과 함께”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으로 장식됐고, 연설 중에도 전 씨가 손을 들어 보이면 일부 지지자들이 반응하며 환호하는 등, 실제 발언을 하는 후보들보다 유튜버의 행동에 따라 여론이 움직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한 정당의 합동연설회에서 유튜버가 민감한 후보 구호를 지시하고, 특정 후보에게 고성을 지르며 사실상 장내 분위기를 좌우하는 장면은 정당 정치의 실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우 유튜버의 기호에 맞지 않으면 ‘배신자’, ‘탄핵파’로 낙인찍히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무비판적 충성이 강요되는 구조는 당내 자정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조경태 후보는 연설에서 “윤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을 몰아내지 않고는 국민의힘에 미래가 없다”고 말했지만, 연설회장의 분위기는 그 발언을 철저히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안철수 후보가 “보수의 심장에서 선동가들에게 굽신거리는 현실”을 비판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정당의 리더십이 책임 있는 지도자에게서 사라지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반응하는 극단적 구호와 선동이 정책과 노선을 대체하는 현상은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다. 국민의힘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당인가, 팬클럽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2일 부산·울산·경남, 13일 충청·호남권, 14일 수도권·강원·제주 순으로 합동연설회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이번 TK 연설회에서 보여준 혼란과 분열의 양상은 향후 전당대회 전반을 깊은 혼돈으로 몰아넣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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