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뉴스] 권성동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정의가 아닌 정치적 불가피

정범규 기자

권성동 의원, 특검 구속영장 청구에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선언
국민의힘,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를 집단적으로 작성했던 전례 존재
정의의 선택으로 포장하지만, 당내 약속과 범죄 혐의가 맞물린 불가피한 수순

김건희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며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떳떳한 결단처럼 비치지만, 실상은 다른 맥락이 숨어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해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권 의원의 이번 발표는 새로운 정의의 선택이 아니라, 이미 묶여 있는 정치적 족쇄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일 뿐이다.

권 의원의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현금 다발과 쇼핑백 등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씨 수첩에는 “큰 거 1장 Support”라는 메모가 남겨졌고, 현금 사진과 금품 전달 직후의 문자메시지까지 확보된 상태다. 또한 대선 직전 통일교 본단을 찾아 한학자 총재를 면담하고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나아가 윤석열 당시 후보와의 독대를 주선해 대가성 청탁을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있다. 특검이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스스로 떳떳하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라기보다, 이미 과거 동료 의원들과 맺은 각서와 국민적 시선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다. 불체포특권을 방패로 삼을 경우, 국민의힘 전체가 ‘말바꾸기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권 의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이번 선언을 정의로운 결단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이미 집단적으로 약속한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 그리고 권 의원 본인의 무거운 혐의가 맞물려 만들어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국민 앞에서의 진정한 책임은 각서 한 장이나 구호가 아니라, 범죄 의혹에 대한 성실한 해명과 법 앞의 평등한 처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