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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안보인가, 반복되는 폭력의 정당화인가 [천지인뉴스](사설)

이스라엘의 안보인가, 반복되는 폭력의 정당화인가 [천지인뉴스]
정범규 기자

홀로코스트의 기억 위에 세워진 국가, 이스라엘
가자지구와 레바논, 이란으로 이어지는 군사행동 논란
피해의 역사가 타자에 대한 폭력으로 전이되는 구조적 모순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역사와 기억, 그리고 국가의 정당성 문제를 다시 묻고 있다. 유대인의 국가인 이스라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비극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를 겪은 집단의 생존 의지 위에 세워졌다. 약 600만 명이 학살된 이 비극은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나치 정권의 조직적 폭력이 만들어낸 결과였으며, 이후 유대인 사회에 “다시는 당하지 않겠다”는 절대적 명제를 남겼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졌고, 국제사회 역시 일정 부분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국가의 탄생은 동시에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그 해는 ‘나크바’, 즉 대재앙으로 기억되며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됐다. 한 집단의 생존이 다른 집단의 상실로 이어진 이 구조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갈등의 근원이 됐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갈등은 더욱 구조화됐다. 점령지에 대한 군사 통제와 정착촌 확장은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돼 왔으며, 이는 제네바 협약 위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동의 자유와 생존권에서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고, 이는 폭력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키는 배경이 됐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하마스의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이스라엘은 대규모 공습을 반복해 왔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병원과 학교, 주거지역까지 타격을 입는 상황은 단순한 군사 대응을 넘어선 ‘비례성’ 논란을 낳고 있다. 봉쇄 정책으로 인해 전력과 식수,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가자지구의 현실은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대표적인 인도주의 위기다.

레바논 남부에서는 헤즈볼라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란 혁명 이후 반이스라엘 노선을 유지해 온 이란은 중동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이스라엘은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시리아와 레바논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군사행동은 이러한 전략적 긴장의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대응이 과연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있다.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주장하지만, 국제법은 동시에 민간인 보호와 비례성 원칙을 요구한다. 군사 목표를 넘어선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정당한 방어가 아니라 과잉 대응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 하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강경한 안보 정책과 반복되는 군사작전은 국내 정치적 위기와 맞물려 확대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보를 이유로 한 무력 사용이 일상화될수록, 민주주의와 국제 규범은 점차 후퇴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다시 묻게 된다. 과거의 피해를 기억하는 국가는 현재의 고통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역사적 비극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정당화로 이어질 수는 없다.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는 않지만, 권력과 폭력이 작동하는 방식은 놀라울 만큼 닮은 형태로 재현되기도 한다.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의 확대가 아니라 갈등의 구조 자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점령과 봉쇄, 그리고 반복되는 공습 속에서는 어떤 지속 가능한 평화도 만들어질 수 없다. 생존을 위해 세워진 국가가 타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순간, 그 정당성은 스스로를 잠식하게 된다.

폭력은 안보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폭력을 낳을 뿐이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그 단순하지만 무거운 진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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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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