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뱀꿈에 갇힌 부부]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뱀꿈에 갇힌 부부]

유진이 처음 꾼 꿈은 지금 생각하면 대단할 것도 없는 꿈이었다고 했다.

산길이었다.

어디인지 모르는 길을 혼자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뱀 한 마리가 가로놓여 있었다.

“큰 뱀이었습니까?”

“아니요. 처음에는 그냥 평범했어요.”

유진은 꿈속에서도 뱀을 무서워해 멈춰 섰다.

그런데 뱀은 공격하지 않았다.

길 한가운데 몸을 말고 가만히 유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옆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뱀이 다시 길을 막았다.

“이상하게 무섭다기보다 못 가게 하는 것 같았어요.”

“어디로 가는 것을?”

“그건 모르겠어요.”

결국 유진은 꿈속에서 되돌아섰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그날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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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정환에게 “나 이상한 뱀꿈 꿨어.”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웃으면서 로또라도 사보라고 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며칠 뒤 다시 뱀이 나왔다.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유진이 낯선 마당에 서 있었고 담장 아래로 여러 마리의 뱀이 기어 다녔다.

그 가운데 유독 큰 뱀 한 마리가 유진을 향해 머리를 들었다.

“그때도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네.”

“그럼 무엇을 했습니까?”

“그냥 저를 봤어요.”

유진은 그 시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의 눈도 아닌데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고 했다.

세 번째 꿈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뱀의 수가 더 많아졌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뱀 사이로 사람의 발이 보였다.

누군가 긴 막대기 같은 것을 들고 뱀을 내리치고 있었다.

유진은 꿈속에서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사람 얼굴은 보였습니까?”

“처음에는 안 보였어요.”

“남자였습니까?”

“네. 남자들이었던 것 같아요.”

“몇 명 정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여러 명이었어요.”

그날 꿈에서 깨어났을 때 유진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비린내요.”

“방 안에서?”

“네.”

정환은 옆에서 자고 있었다.

유진은 처음에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그런가 싶어 얼굴 가까이 냄새를 맡아봤다고 했다.

하지만 술 냄새가 아니었다.

“생선 비린내 같은 겁니까?”

“그것하고도 달랐어요.”

유진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피 냄새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 남편 냄새가 싫어진 겁니까?”

“처음에는 아니었어요.”

몇 차례 비슷한 꿈이 반복된 뒤부터였다.

꿈속의 뱀은 점점 많아졌고, 뱀을 죽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선명해졌다.

그 무렵부터 정환이 가까이 오면 유진은 꿈속에서 맡았던 냄새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정환이 잠든 유진의 허리에 팔을 올렸다.

유진은 눈을 뜨지도 않은 채 남편의 팔을 걷어냈다.

정환이 다시 잠결에 가까이 붙었다.

그때 유진은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만지지 마!”

정환도 놀라 잠에서 깼다.

“왜 그래?”

유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남편의 손이 자기 몸에 닿은 자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유진이 자기 팔을 문질렀다.

“미끄러운 것이 지나간 것 같았어요.”

“뱀 비늘처럼?”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네.”

바로 그때부터였다.

꿈속에서 보던 것과 현실의 남편이 조금씩 겹치기 시작한 것은.

처음에는 냄새였다.

그다음에는 손길이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얼굴까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유진에게 물었다.

“그 꿈에서 뱀을 죽이는 사람들 얼굴을 처음 본 날을 기억합니까?”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은 기억해요.”

“누구였습니까?”

“남편을 닮았어요.”

“남편이었습니까?”

“모르겠어요. 남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나는 그 말을 바로잡았다.

“꿈에서 닮았다고 해서 실제 남편이 뱀을 죽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게 단정하면 안 됩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남편 집안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꿈이 그렇게 보여주고 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때 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법사님, 혹시 남편 집안에서 정말 뱀을 많이 죽인 사람이 있었던 걸까요?”

“그건 확인해봐야 합니다.”

“만약 있다면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그때부터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마당 밖 농수로에서는 여전히 물이 흘렀다.

평소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을 소리였다.

그런데 유진은 한동안 그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꿈에서 그다음에 흰옷 입은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나는 다시 유진을 바라봤다.

“그 이야기를 해보십시오.”

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제 나오려 하고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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