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점잘보는집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9화. 따뜻하던 손이 낯설게 느껴진 밤

점잘보는집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9화. 따뜻하던 손이 낯설게 느껴진 밤

유진은 그날 밤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옆에는 정환이 자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숨소리도 일정했고, 한쪽 팔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유진은 꿈에서 본 뱀과 피가 너무 생생해서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

그때 정환이 잠결에 몸을 뒤척였다.

“여보…… 왜 안 자?”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환은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평소처럼 아내 쪽으로 몸을 붙였다.

그리고 팔을 뻗어 유진의 허리를 감싸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는 정말 남편 손인 줄 몰랐어요.”

유진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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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남편이 만진 건데…… 느낌은 전혀 달랐어요.”

따뜻해야 할 손이 차갑게 느껴졌다.

단순히 체온이 낮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피부 위로 무엇인가 미끄러지는 것 같은 감각이 먼저 왔다.

유진은 잠에서 덜 깬 상태에서 남편의 손을 쳐냈다.

정환이 놀라 눈을 떴다.

“왜 그래?”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유진은 옆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다.

그런데도 공포가 가시지 않았다.

정환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악몽 꿨어?”

그 손이 가까워지자 유진은 이번에는 아예 침대 구석으로 몸을 피했다.

“오지 마.”

“왜 그래?”

“오지 말라고.”

정환은 영문을 몰랐다.

유진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머리로는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몸은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냄새도 났습니까?”

내가 묻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서 맡았던 냄새하고 비슷했어요.”

“비린내?”

“네. 그것하고 젖은 흙냄새 같은 것도 섞여 있었어요.”

정환은 그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잠든 상태였다.

유진은 남편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정환은 자기 팔과 옷을 맡아보았다.

“아무 냄새 안 나는데?”

그러고는 유진에게 장난스럽게 다시 다가가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별일 아니었을 행동이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아니었다.

정환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유진은 비명을 질렀다.

“만지지 마!”

정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유진아.”

“미안해. 미안한데…… 지금은 만지지 마.”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니야.”

“그런데 왜 그래?”

유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두 사람은 등을 돌리고 잤다.

정환은 몇 번이나 뒤척였고 유진은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이상한 감각은 조금 가라앉았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는 전날 밤 자신이 왜 그렇게까지 놀랐는지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진은 미안한 마음에 먼저 말을 걸었다.

“어제는 미안했어.”

정환도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갔다.

“악몽 꾸고 놀랐나 보지.”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 한 번으로 끝났다면 정말 악몽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일이 다시 생겼다.

그리고 다음에는 더 심했다.

정환이 아내에게 다가오면 유진은 먼저 몸을 굳혔다.

그 사실을 정환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내가 만지는 게 싫어?”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유진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니라고 말하는 입과 달리 몸은 정환에게서 멀어졌다.

몇 주가 지나면서 정환도 조심스러워졌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손을 잡지 않았다.

잠자리에서도 먼저 다가가지 않는 날이 늘었다.

둘 사이에 처음으로 어색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유진의 이야기를 듣다가 물었다.

“그 무렵 뱀꿈은 줄었습니까?”

“아니요.”

“더 심해졌지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매일 꿨어요.”

나는 종이에 한 줄을 적었다.

꿈이 먼저였다.

그다음 냄새가 변했다.

손길이 변했다.

그리고 부부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순서가 중요했다.

“보살님.”

“네.”

“이 문제를 풀려면 남편 집안에서 뱀이나 다른 동물을 많이 죽인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겠습니다.”

“그게 정말 있으면요?”

“그러면 지금까지 나온 점사와 꿈이 하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진은 긴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뭔가요?”

“보살님이 병원까지 가게 된 과정도 들어봐야겠습니다.”

유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병원에도 갔다는 걸 아셨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부터 유진은 지난 1년 동안 자신과 남편이 어떻게 무너져갔는지를 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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