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인뉴스] 한국 첫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부산 출항 21일 만에 영국 도착
[천지인뉴스] 한국 첫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부산 출항 21일 만에 영국 도착
정범규 기자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으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북극해를 통과해 영국에 도착했다. 부산에서 출항한 지 21일 만으로, 북극항로를 새로운 유럽 물류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실제 선박과 화물을 통해 검증하는 첫 항해가 유럽 기항 단계에 들어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12일 한국시간 오전 5시께 영국 펠릭스토우항에 입항했다. 지난달 22일 부산신항에서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31일 북극해에 진입한 뒤 이달 9일 북극해를 빠져나와 영국으로 향했다.
이번 운항에는 2,758TEU급 컨테이너선이 투입됐으며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 실제 화물 약 737TEU와 공컨테이너 100개 등 모두 837TEU가 선적됐다. 단순 시험 항해가 아니라 실제 화물을 운송하면서 북극항로의 기술적·환경적·상업적 활용 가능성과 물류 수요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팬스타 아크로호의 항해는 한국 해운산업에서 새로운 기록이다.
한국 선박이 북동항로 운항에 나선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며, 컨테이너선을 이용한 시범운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부산과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망이라는 점에서 북극항로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해양수산부가 시범운항에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북동항로를 이용할 경우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거리는 약 1만3천㎞다.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기존 항로 약 2만㎞보다 약 35% 짧다.
운항 거리가 실제 상업 운항에서도 단축된다면 운송기간과 연료 소비, 물류비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곧바로 기존 수에즈항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북극해는 해빙과 기상 조건에 따라 항해 가능 시기와 운항 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극지 운항에 적합한 선박과 전문인력, 보험, 비상대응체계 등도 필요하다.
실제로 팬스타 아크로호 역시 북극해 진입 초기 해빙의 영향을 받아 운항 일정을 조정했다.
정부가 이번 운항에서 단순한 거리와 시간뿐 아니라 연료소모량과 운항비용 등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영국 펠릭스토우에서 일부 화물을 내린 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할 예정이다. 이후 다시 북극해를 통과해 부산으로 귀환한다.
이번 항해는 해운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극항로가 장기적으로 상업화될 경우 선박 건조와 기자재, 항만, 물류, 보험, 극지운항 기술 등 여러 산업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항만과 조선산업에는 새로운 물류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반면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항로 이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긍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북극 생태계와 환경보호 문제, 국제 규범, 연안국과의 협력 등 경제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도 함께 존재한다.
결국 이번 시범운항의 성패는 ‘북극항로가 열렸다’는 선언보다 실제 운항 데이터가 말해줄 가능성이 크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유럽 기항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면 정부는 운항거리와 소요기간, 연료소모량, 비용 등 실증자료를 분석해 향후 북극항로 활성화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한국 컨테이너선의 첫 북극항로 실험이 이제 반환점을 향하고 있다. 이번 항해가 한국 해운·항만·조선산업에 어떤 가능성과 과제를 남길지는 귀환 이후 공개될 실제 운항 성적표에서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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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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