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천지인뉴스] 호르무즈 막히자 돌린 ‘원유 생명줄’까지 피격…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천지인뉴스] 호르무즈 막히자 돌린 ‘원유 생명줄’까지 피격…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정범규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송에 차질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에는 핵심 우회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까지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주요 해상 수송로를 넘어 육상 에너지 기반시설까지 번지면서 국제 원유 공급 불안이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사우디 에너지부에 따르면 동서 파이프라인은 지난 10일 오전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 당국은 안전 확보를 위해 예방적 조치로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으며, 공격 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긴급 대응팀과 기술진은 현재 시설 안전성을 점검하고 피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공격에 동원된 여러 대의 드론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 역시 자체 조사 결과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출발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관련 지역 군 지휘관을 해임하고 배후 규명에 나섰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공격을 지시하고 실행한 세력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공격이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동서 파이프라인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사우디 동부 산유지역에서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항까지 이어지는 약 1,200㎞ 길이의 핵심 원유 수송망이다. 하루 최대 약 700만 배럴의 수송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우회 통로로 이 시설을 활용해왔다.

특히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전쟁이 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크게 제한되면서 동서 파이프라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우디는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송유관 등을 통해 우회 수송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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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을 피해 육상으로 돌린 원유 수송로까지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된 셈이다.

상황은 홍해에서도 악화하고 있다. 예멘 후티 세력이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의 전략적 요충지로 세력을 확대하면서 사우디 원유 수출망은 동쪽 호르무즈 해협과 서쪽 홍해 항로에 이어 육상 송유관까지 동시에 압박받는 상황에 놓였다.

이라크 정부도 사태 확산 차단에 나섰다. 이라크 당국은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발사된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남부 마이산주 군사작전을 지휘해온 군 지휘관을 해임했다.

사우디는 즉각적인 군사 보복에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이라크 총리가 자국 정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현 단계에서는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우디는 자국의 주권과 안보, 시설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공격의 파장이 사우디와 이라크 두 나라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세계 원유 공급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우회 수송망 가운데 하나다. 이 시설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거나 추가 공격이 이어질 경우 국제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 심리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중동 전쟁 장기화와 주요 원유 수송로에 대한 위협은 이미 국제 에너지 시장의 핵심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의 생산·수송 기반시설까지 공격 범위에 들어오면서 시장은 송유관 복구 시점과 추가 공격 여부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중동의 전쟁이 군사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경제와 직결된 에너지 기반시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사우디 당국은 현재 동서 파이프라인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으며 추가 상황이 확인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 역시 공격 배후와 드론 발사 과정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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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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