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천지인 영감/연재 소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4화. 돈 들이지 말고 이것부터 해봅시다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4화. 돈 들이지 말고 이것부터 해봅시다

유진은 내가 종이를 꺼내자 긴장한 얼굴로 가까이 앉았다.

아마 굿이나 큰 의식을 생각했을 것이다.

무속인을 찾아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점사에서 조상 문제가 나오면 곧바로 큰돈이 들어갈 거라고 겁부터 먹는 이들이 있다.

나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일단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봅시다.”

“제가 직접요?”

“예.”

“굿 같은 건 안 해도 돼요?”

“지금 당장은 필요 없습니다.”

유진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나는 종이에 첫 번째 방법을 적었다.

“우선 잠자리를 억지로 회복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유진이 뜻밖이라는 듯 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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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하고 계속 떨어져 있으라는 말씀이세요?”

“그것하고는 다릅니다. 지금 보살님은 남편이 가까이 오면 몸부터 겁을 먹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부부관계를 억지로 가지려고 하면 남편에 대한 거부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나는 말을 이었다.

“대신 일상적인 관계부터 회복해보십시오.”

“어떻게요?”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다녀오십시오. 손을 잡는 것도 보살님이 괜찮을 때만 하세요. 잠자리부터 해결하려 하지 말고 남편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몸이 다시 기억할 시간을 주는 겁니다.”

유진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두 번째는요?”

“꿈을 적어두십시오.”

“꿈을요?”

“깨어나면 기억나는 대로 바로 적으세요. 뱀이 몇 마리였는지까지 셀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가 나왔는지, 누가 있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 반복되는 것만 기록하면 됩니다.”

꿈은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달라진다.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빈 부분을 채운다.

특히 무서운 꿈일수록 다른 꿈과 섞이기 쉽다.

나는 유진에게 꿈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라고 했다.

“세 번째가 중요합니다.”

유진이 나를 바라봤다.

“남편분 집안 이야기를 더 확인하십시오.”

“할아버지 이야기 말고 또요?”

“예. 할아버지 한 분만 보고 끝내면 안 됩니다. 뱀을 얼마나 오랫동안 잡았는지, 다른 동물도 잡았는지, 그것이 생업이었는지. 그리고 그 집안에서 이상하게 일찍 죽거나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었는지도 물어보세요.”

유진의 얼굴에 다시 걱정이 떠올랐다.

“그런 게 있으면 어떡해요?”

“있으면 그때 보면 됩니다. 아직 확인도 안 된 일을 미리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나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점사 내용을 전부 쏟아놓지 마세요.”

“왜요?”

“갑자기 ‘당신 조상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다’고 하면 남편이 받아들이겠습니까?”

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안 믿을 것 같아요.”

“당연하지요. 보살님도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믿었던 것은 아니잖습니까.”

유진이 작은 소리로 웃었다.

“맞아요.”

“확인할 것부터 확인하고, 남편에게 보여줄 것이 생기면 그때 이야기하십시오.”

점사를 본다고 해서 가족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은 무속을 믿고 다른 사람은 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억지로 설득하려 들면 오히려 싸움만 커진다.

유진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남편분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유진의 손이 멈췄다.

“다른 여자요?”

“예.”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모르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확실히 알고 싶은데…… 막상 사실이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지금 당장 잡아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냥 두라고요?”

“그 뜻이 아닙니다.”

나는 유진을 바라봤다.

“확인되지 않은 의심으로 집에 돌아가 남편 휴대전화부터 뒤지고 싸움을 벌이면 지금보다 더 엉킬 수 있습니다. 다만 이상한 점은 그냥 넘기지 마세요.”

“네.”

“그리고 남편이 정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면 그건 조상 문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이 한 선택입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책임까지 귀신이나 조상에게 넘기면 안 됩니다.”

나는 그 말을 분명히 해두었다.

점사에서는 집안의 문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산 사람이 저지른 잘못까지 조상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그날 상담을 마치고 유진이 마당으로 나왔다.

나는 데크 앞까지 배웅했다.

산마루 쪽으로 오후 햇빛이 기울고 있었다. 농수로에는 맑은 물이 흘렀고, 빈집 몇 채가 있는 마을은 여느 때처럼 조용했다.

유진은 차에 타기 전 나를 돌아봤다.

“법사님.”

“예.”

“저 정말 남편하고 다시 살고 싶어요.”

나는 잠시 유진을 바라봤다.

“그러면 서두르지 마십시오.”

그 말만 해주었다.

유진이 돌아간 뒤에도 나는 한동안 점상 위에 놓인 두 사람의 사주를 치우지 않았다.

이상한 점이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공수에서 잡혔던 여자.

그 여자가 이미 정환의 곁으로 상당히 가까이 들어와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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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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