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용혜인은 물러났다, 이제 대통령·민주당·언론이 답해야 한다 [천지인뉴스]
[사설] 용혜인은 물러났다, 이제 대통령·민주당·언론이 답해야 한다 [천지인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14일 만에 물러났다.
단순히 여론에 밀려 혼자 결단한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자진사퇴를 권유했고, 김태선 당대표 비서실장이 이를 용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김태선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과 장관의 겸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적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용 후보자 역시 사퇴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으로부터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결단해 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후보자는 물러났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둘러싼 책임까지 함께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혜인이 사라진 지금부터가 대통령과 집권여당, 야당과 언론이 자신들의 판단을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용 후보자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61%, ‘적합하다’는 응답은 13%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부적합 51%, 적합 26%로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8%, 부정평가는 51%로 나타났다.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61%의 부적합 여론을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외면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민심을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국정 운영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이라면 여론이 보내는 경고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이 시작된다.
용혜인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선택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재명 대통령이다.
장관 후보자는 어느 날 스스로 청와대 문을 열고 들어가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국정철학과 정책 방향, 정치적 의미와 업무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한 정치인을 국무위원 후보자로 지명했다면 그 정치인의 경력과 정치적 이력은 물론이고, 임명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논란까지 어느 정도 검토했어야 한다.
특히 이번 논란의 핵심이 된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는 지명 이후 갑자기 발견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용혜인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것인지 내려놓을 것인지가 정치적 쟁점이 될 가능성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자체가 법으로 금지된 것도 아니다.
현행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을 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용혜인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겠다고 한 것을 곧바로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물론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정치적으로 적절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았던 과거 정치적 관행과 비교하면 용 후보자의 선택을 놓고 국민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장관 업무와 의정활동을 동시에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그것이 검증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더욱 대통령과 청와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명하기 전에 이 문제를 검토했는가.
검토했다면 왜 용혜인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직을 수행해도 된다고 판단했는지, 그리고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장관으로 기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한다.
반대로 이 문제가 이렇게 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조차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다면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다.
검토하고도 지명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후보자에게 정치적 부담을 사실상 넘긴 것이라면 그것 역시 책임 있는 인사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용혜인의 사퇴로 이번 인사 논란이 끝났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편리하다.
후보자는 떠났지만 지명권자의 판단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용혜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유독 강하게 사용된 표현 가운데 하나가 ‘비례대표 두 번’이었다.
마치 한 정치인이 비례대표로 두 차례 국회의원이 된 사실 자체가 정치적 특혜나 도덕적 결격 사유인 것처럼 소비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조금 더 복잡하다.
현재 22대 국회에도 비례대표 재선 의원이 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데 이어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후보 15번으로 공천돼 다시 당선됐다. 용혜인 역시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6번으로 출마했다.
물론 김예지 의원의 비례대표 재선 역시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 아무런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철규 의원은 당시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며 김 의원의 재공천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오히려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비례대표 연속 재선이 과연 바람직한지,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국회에 계속 두기 위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와 공천 원칙에 대한 논쟁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는 전문성과 대표성을 이유로 허용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이고, 누구에게는 그 사실 자체가 탐욕과 특혜의 증거가 된다면 검증의 잣대가 흔들린다.
용혜인이라고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
그가 두 차례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국회에 들어온 과정은 비판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실리를 얻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비판하려면 정확하게 비판해야 한다.
‘비례대표를 두 번 했다’는 네 글자가 정치인 한 사람의 도덕성을 자동으로 판정하는 낙인이 돼서는 안 된다.
위성정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용혜인의 정치적 선택을 비판하면서 위성정당을 말하려면 그 제도가 어떻게 등장했는지부터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2020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될 당시 선거제 개편에 반대했던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에 대응해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연합정당 방식에 참여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이 과정을 정리하면서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이에 맞서 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설립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하다가 선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 아래 자신들도 비슷한 방식에 뛰어들었다.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역사의 절반만 잘라내서는 안 된다.
미래한국당을 빼고 더불어시민당만 설명해서도 안 되고, 거대 양당이 함께 만들어낸 위성정당 정치의 결과를 용혜인 한 사람에게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용혜인은 위성정당 제도를 만든 정치인이 아니라 그 구조에 참여해 국회에 진입한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 선택의 책임은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탄생 과정과 거대 양당의 책임까지 함께 설명하는 것이 공정한 검증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장관 후보자의 가족과 배우자, 재산, 정치자금, 정당 운영 과정은 모두 검증 대상이다.
용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배우자 관련 문제와 기본소득당 운영, 이른바 ‘언더조직’ 논란 등도 당연히 확인해야 한다.
후보자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상당 부분을 직접 반박했다고 해서 모든 의혹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 용 후보자는 의원·장관 겸직, 배우자와 당 운영 문제 등을 놓고 약 30여 분 동안 공개적으로 해명했다.
그러나 의혹 제기와 사실 확정은 다르다.
언론이 의혹을 보도했다면 당사자의 반론도 같은 무게로 검증해야 한다.
야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옮겼다면 후보자의 해명이 나온 뒤에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어느 주장이 사실에 가까운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비례 두 번’, ‘가족정당’, ‘배우자’, ‘의원직 고수’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반복되는 동안 다른 질문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났다.
용혜인은 성평등가족부를 어떻게 운영하려 했는가.
성평등 정책에 대한 철학은 무엇이었는가.
교제폭력과 디지털성범죄, 돌봄과 저출생, 일·가정 양립 문제에 어떤 정책적 해법을 갖고 있었는가.
장관으로서 행정부를 이끌 행정 능력은 갖추고 있었는가.
오히려 이것이 장관 후보자 검증의 본론이어야 했다.
언론이 의혹을 보도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의혹만 검증하고 능력은 검증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완전한 인사 검증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더욱 아쉬운 것은 결국 인사청문회 자체가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용 후보자는 정식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물러났다.
앞서 이재명 정부에서 낙마한 다른 장관 후보자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지명이 철회되거나 자진사퇴했지만 용 후보자는 청문회 전에 후보자직을 내려놓았다.
청문회는 후보자를 살려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반대로 야당이 후보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 능력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자리다.
야당이 의혹을 제기했다면 그 자리에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후보자는 자신의 해명을 자료와 사실로 입증해야 한다.
여당 역시 무조건 후보자를 감쌀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문제점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가 청문회보다 먼저 결론을 내려버렸다.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던 중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국민이 직접 판단할 공식 검증 무대 자체가 사라졌다.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놓고 집권여당 내부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고, 결국 당대표가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좋지 않았다면 집권여당이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따라온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가 여당 대표의 사퇴 권유를 받고 청문회에도 서지 못한 채 물러날 정도였다면 애초 인선과 당·정·청 사이의 검토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민주당은 사퇴를 이끌어낸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정부 인사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그것은 야당의 의무다.
그러나 용혜인 후보자가 사퇴하자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공세의 중심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이동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용혜인 사퇴는 시작일 뿐이라는 취지의 공세가 이어졌다.
장관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한 명이든 열 명이든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낙마자의 숫자가 야당의 정치적 성적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 제도가 ‘이번에는 몇 명을 떨어뜨렸느냐’를 겨루는 게임으로 변질되는 순간 후보자의 정책 능력과 행정 철학은 사라지고 폭로 경쟁만 남게 된다.
이제 대통령 지지율 이야기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았던 만큼 이번 사퇴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 하나를 덜어준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다음 여론조사를 앞에 놓고 “용혜인을 사퇴시켰으니 지지율이 오른다”고 말하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예측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인사뿐 아니라 경제와 민생, 부동산, 외교·안보, 사회 현안과 정치 상황 등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다음 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른다고 해서 그것을 용혜인 사퇴 하나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반대로 더 떨어진다고 해서 그 책임을 용혜인 한 사람에게 떠넘길 수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지지율의 1~2%포인트가 아니다.
대통령 인사의 원칙이다.
좋은 인사였다고 판단했다면 여론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왜 이 사람이 필요한지를 대통령과 여당이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반대로 잘못된 인사였다면 후보자 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검증 과정에서 무엇을 놓쳤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책임 정치다.
용혜인은 물러났다.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꿀 시간이다.
대통령에게 묻는다.
왜 용혜인을 장관 후보자로 선택했는가.
비례대표 의원직 유지 문제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쟁점이었음에도 왜 지명했으며, 지명 당시에는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문제가 왜 14일 만에 국정 부담이 되었는가.
민주당에도 묻는다.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자에게 당대표가 사퇴를 권유해야 할 정도였다면 인선 과정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은 어떤 검토를 했는가.
야당에도 묻는다.
후보자에게 제기했던 의혹 가운데 무엇이 사실로 확인됐고, 무엇이 정치적 주장에 머물렀는가.
언론에도 묻는다.
‘비례대표 두 번’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면서 현재 국회에도 같은 비례 재선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는가.
위성정당을 비판하면서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탄생했던 역사적 순서를 함께 독자에게 알려줬는가.
후보자의 가족과 정치적 논란을 검증한 만큼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의 정책 능력과 행정 역량도 같은 비중으로 검증했는가.
용혜인에게 잘못이 있다면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의 잣대는 사람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진보 정치인에게 적용하는 기준은 보수 정치인에게도 적용돼야 하고, 야당 후보자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여당 후보자에게도 같아야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공정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인사권 역시 같은 원칙 위에 있어야 한다.
용혜인의 사퇴로 한 사람의 장관 후보자 논란은 끝났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던진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좋은 인사였다면 왜 끝까지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는가.
잘못된 인사였다면 왜 처음부터 지명했는가.
그리고 언론과 정치권이 공직 후보자를 검증한다면 왜 같은 사실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못하는가.
용혜인이 물러났다고 이 질문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오른다고 없어질 질문도 아니다.
책임 있는 국정은 불리한 여론이 나타났을 때 사람 하나를 내려놓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왜 선택했는지,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국민 앞에 설명하는 데서 시작한다.
용혜인은 물러났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야당과 언론이 답할 차례다.
※ 여론조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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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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