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5화. 아내가 비운 자리로 들어온 여자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5화. 아내가 비운 자리로 들어온 여자

유진의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모든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부관계가 무너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작은 틈이다.
한 사람이 등을 돌리고 잔다.
다음에는 대화가 줄어든다.
같은 집에서 밥 먹는 횟수가 줄고, 상대가 몇 시에 들어오는지 묻지 않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서로가 없는 생활에 익숙해진다.
유진과 정환도 그렇게 멀어졌다.
유진은 자기 몸에 일어나는 일을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정환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내의 거부 속에서 지쳐갔다.
그 틈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정환의 회사 후배 지영이었다.
나중에 유진을 통해 들은 이야기와 이후 확인된 내용을 종합하면, 지영은 정환이 결혼하기 전부터 그에게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정환은 몰랐거나, 알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결혼한 뒤에도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선후배로 지냈다.
처음에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지영도 유부남이 된 정환에게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정환의 모습이 달라졌다.
늘 단정하던 사람이 피곤한 얼굴로 출근했다.
회식 자리에서도 예전보다 술을 많이 마셨다.
점심시간에 혼자 담배를 피우는 날도 늘었다.
지영이 먼저 물었다.
“선배,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아무 일 없어.”
“아무 일 없는 사람 얼굴이 아닌데.”
정환은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가정사를 회사 후배에게 이야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힘들 때는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어느 날 야근을 마친 뒤 지영이 다시 물었다.
“사모님하고 싸웠어요?”
정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지영에게는 대답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진짜 싸웠구나.”
“남의 집 일에 관심 끄고 일이나 해.”
정환은 그렇게 말했지만 예전처럼 단호하지 않았다.
지영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정환이 야근하면 함께 남았다.
커피를 사 오고 저녁을 챙겼다.
회식이 끝나면 택시를 잡아주었다.
사소한 일이었다.
그러나 집에서 누구와도 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던 정환에게는 그 사소한 배려가 점점 크게 느껴졌다.
“선배는 집에 안 가요?”
“좀 있다가.”
“요즘 맨날 좀 있다가잖아요.”
정환은 창밖을 보며 담배만 피웠다고 한다.
지영은 그 옆에 서 있었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그날 정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냥…… 좀 복잡하다.”
지영은 기다렸다는 듯 캐묻지 않았다.
“그럼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그 한마디가 오히려 정환의 경계를 풀었다.
며칠 뒤에는 정환이 먼저 술을 마시자고 했다.
처음부터 불륜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어도 정환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 후배와 술 한잔하는 것뿐이라고.
답답한 이야기를 잠시 털어놓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사람 사이의 선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만은 아니다.
조금 가까워지고, 또 조금 가까워진다.
그러다 어느 날 돌아보면 처음 있던 자리에서 꽤 멀리 와 있다.
지영은 정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가 자신을 피한다는 것.
손만 대도 놀란다는 것.
병원까지 갔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
각방을 쓴 지 오래됐다는 것.
정환은 술기운에 그런 이야기를 하나둘 꺼냈다.
지영은 오래 듣기만 했다.
그리고 말했다.
“선배 많이 힘들었겠다.”
별것 아닌 한마디였다.
하지만 정환은 그 말을 아내에게서도, 다른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날부터 두 사람의 술자리는 잦아졌다.
유진이 남편에게서 처음 맡았다는 낯선 향수 냄새도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가능성이 컸다.
정환은 아직 자신이 선을 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 유진의 점사를 보던 날 신령님께서는 이미 말했다.
남편 옆에 여자가 붙어 있다고.
그 여자는 정환이 흔들리기만을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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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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