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7화. 선을 넘기 직전 울린 전화
[연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뱀꿈에 갇힌 부부]제17화. 선을 넘기 직전 울린 전화

그날도 두 사람은 퇴근 후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저녁만 먹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자리를 옮기면서 시간이 늦어졌다.
정환은 이미 상당히 취해 있었다.
지영도 평소보다 말이 많았다.
“선배는 아직도 나 불편해요?”
“뭐가.”
“내가 선배 좋아했다고 말한 거.”
“옛날 이야기잖아.”
“옛날 아니면요?”
정환이 지영을 바라봤다.
지영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환은 그 자리를 피했어야 했다.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지영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지영이 먼저 정환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정환은 손을 빼지 않았다.
오랫동안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지 못했던 사람에게 그 접촉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지영이 물었다.
“싫어요?”
정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허락처럼 되어버렸다.
지영이 조금 더 가까이 앉았다.
정환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지영아.”
“네.”
“이러면 안 된다.”
“알아요.”
말과 행동이 따로 움직였다.
정환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대로 몇 분만 더 있으면 돌아가기 어려운 선을 넘게 된다는 것을.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보다 지금 이 자리에 조금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지영이 말했다.
“선배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랬어요.”
정환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왜요?”
“내가 더 나쁜 놈 되는 것 같으니까.”
“아직 아무 일도 안 했잖아요.”
그 말이 다시 정환에게 핑곗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아내에게 숨겨야 하는 자리에 와 있었다.
지영이 손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나 선배 좋아해요.”
이번에는 과거형이 아니었다.
정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말이 끊겼다.
지영이 먼저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정환은 피하지 않았다.
입술이 닿았다.
짧았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이번에는 정환이 먼저 지영을 바라봤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탁자 위에 엎어놓았던 전화가 진동했다.
정환은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진동이 멈추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화면에 유진의 이름이 떠 있었다.
술기운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지영도 화면을 봤다.
“받아요.”
정환은 망설였다.
전화는 계속 울렸다.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유진아?”
잠시 뒤 수화기 너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정환의 표정이 굳었다.
“유진아, 왜 그래?”
이번에는 분명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힘없이 끊어지는 아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보…… 나 무서워.”
정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또 꿈을 꿨어.”
정환은 지영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의 분위기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유진이 울면서 말했다.
“집에 와주면 안 돼?”
정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영이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정환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알았어.”
짧게 대답했다.
“지금 갈게.”
전화를 끊은 뒤 정환은 지갑을 챙겼다.
지영은 붙잡지 않았다.
문을 나서려던 정환이 잠시 멈췄다.
“미안하다.”
누구에게 하는 사과인지 정환 자신도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지영에게인지.
집에서 울고 있는 아내에게인지.
아니면 방금 전까지 선을 넘으려 했던 자기 자신에게인지.
정환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날 두 사람은 그 이상 선을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집에서 정환을 기다리던 유진에게는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글쓴이 | 천신장군암 계룡산 벼락신장법사
《신과 인간 사이, 천신장군암 점사록》은 실제 점사와 무속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연재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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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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